美 페리, 바이든 만나 '대북정책조정관 부활·페리프로세스 2.0' 제안할 듯

2020-11-18 15:30
이인영·정세현·페리, 18일 대북정책 해법 논의
정세현 "현 상황에 맞는 페리프로세스 2.0 必"
페리 "한반도 비핵화 위한 외교적 해법 유효"
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정책조정관 부활' 제안
이인영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위해 美와 협력"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내 장관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및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8일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화상간담회에서 ‘클린턴 3기’를 염두에 둔 대북정책 해법을 논의했다.

이번 화상간담회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공헌해 온 한국과 미국의 원로로부터 과거의 경험과 지혜를 경청하고, 향후 대북정책에 대한 교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통일부에 따르면 페리 전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핵 능력 진전 등 당시와 상황은 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한·미 공동으로 한층 진화된 비핵화·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페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정부의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활동하던 1999년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 북·일 수교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 3단계 내용이 담긴 대북 포용 정책 ‘페리 프로세스’를 북핵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프로세스’가 국민의 정부 당시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페리 프로세스 2.0’ 등 보다 발전된 한반도 평화 및 비핵화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김대중-클린턴 정부 간 조율과 협력에 기초하였던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 삼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지혜를 모으겠다”며 “미국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

페리 전 장관은 특히 다음 달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을 만나 이날 화상간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때 있었던 대북정책조정관 부활을 바이든 당선인에게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개최된 민주평통 '평화통일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정혜인 기자]


정 수석부의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민주평통 주최로 개최된 ‘평화통일포럼’ 기조연설에서 “페리 전 장관이 다음 달에 바이든 당선인을 만나 오늘 있었던 (간담회)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미 정부가 각자의 대북정책조정관을 임명해 (양측) 조정관들끼리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판을 짜겠다는 약속을 했다”면서 “바이든 당선인이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판이 이렇게만 짜이면 페리 프로세스를 현시점에 맞춰 업그레이드시켜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 수석부의장은 북핵 문제에 대한 페리 전 장관의 일부 시각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전 장관의 대화에서 건널 수 없는 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페리 전 장관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면서 “북한 문제는 관리하는 차원으로 가야지, 이걸 완전히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북핵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평생을 전쟁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을 설득해 북핵 문제를 관리하는 차원이 아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길목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 수석부의장은 바이든 당선인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정상으로 대접하지 않을 것 같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통적인 미국의 대북관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전략적 인내’로 한반도 정세를 위협했던 ‘오바마 3기’가 아닌 대북 포용 정책이 펼쳐졌던 ‘클린턴 3기’로 갈 것으로 전망했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략적 인내는 그 당시 한국 정부가 보수적 대북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오바마 정부로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전략적 인내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