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2~3달 내 '세계 경제위기' 올 수도...800억 달러 현금 확보"
2020-11-18 14:31
글로벌 금융위기 암시...WSJ "600억 달러치 자산 이미 처분"
소프트뱅크 비공개 전환 계획 질문에는 두 차례 답변 거부
소프트뱅크 비공개 전환 계획 질문에는 두 차례 답변 거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코로나19 재유행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을 비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최 화상 컨퍼런스 '딜북 온라인 서밋'에 참석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뉴욕타임스(NYT) 영상 캡처]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화상 컨퍼런스인 '딜북 온라인 서밋'에 참석한 손 회장은 "앞으로 두세달 안에 어떤 재앙도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최악의 경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전 세계가 셧다운(Shut Down·봉쇄)에 재돌입하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재앙인지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한 사건이 어떤 사태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암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손 회장은 현금 확보를 위해 올해 목표했던 자산 매각 규모를 종전 400억 달러(약 44조원)에서 800억 달러(약 88조원)로 두 배 늘리고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면서 "물론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두세 달 뒤에 일을 누가 알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지난 1분기 비전펀드 투자 손실과 코로나19 사태로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입은 손 회장은 4조5000억엔(약 48조원)의 자산 매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 3대 무선통신 업체인 티모바일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RM 등의 매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월스트리저널(WSJ)은 소프트뱅크그룹 관계자를 인용해 손 회장이 과감한 자산 매각으로 600억 달러의 투자운용 자금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 세계 투자기업 중 가장 많은 수준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손 회장은 이를 아마존과 애플, 테슬라 등 미국 기술기업 주식 매입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날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의 주가가 내려가면 자사주 매입 규모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는데,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려는 방안을 검토 중인지 묻는 말에는 두 차례나 답변을 거부했다.
지난 9월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손정의 회장이 소프트뱅크그룹의 주식 상장을 폐지하고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16년 비전펀드 설립 이후 사업 구조를 투자사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주식가치 저평가에 대한 실망감과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경영자매수방식(MBO)의 전체 주식 매입을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의 지분은 26%가량이며, 전체 시가총액은 12조~14조엔(약 127조~149조원)에 달한다.
아울러 손 회장은 이날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투자 철학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 '자신 역시 여전히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으며 이에 너무 개의치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공한 만큼 놓친 기회도 많았다"면서 과거 아마존의 상장 이전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로부터 30%의 아마존 지분 인수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아마존은 현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웃음과 함께 "나는 너무 멍청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손 회장은 "나의 어리석음과 나의 무지, 나의 나쁜 결정을 받아들이고 나의 실수로부터 배우면 된다"면서 "나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편이 더 좋은 결정이며, 이를 통해 더 현명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금이 절실한 지금 시기는 좋은 가격으로 유니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면서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