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해법 찾아라"…이인영, 페리 美 전 국방장관과 화상면담
2020-11-18 09:02
18일 서울청사 장관실서 화상 간담회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참여
바이든 시대 대북정책 대응 의견교환
페리 전 장관 '페리 프로세스' 제시자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참여
바이든 시대 대북정책 대응 의견교환
페리 전 장관 '페리 프로세스' 제시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미국 민주당 측 인사와 연이어 접촉해 북한 비핵화 해법 모색에 나서고 있다.
18일 통일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정부서울청사 장관실에서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 시설 대북정책 로드맵을 작성한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과 화상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 장관은 지난 10월 말경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의 측근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와도 면담했다. 자누지 대표는 바이든 당선인의 상원의원 시절 12년간 보좌관으로 함께 일하며 외교·안보 자문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 당선자가 사실상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차기 미 행정부와의 한반도 비핵화 해법 등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방안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화상간담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이 분야에 경험이 있으신 분들과 (장관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만들려고 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당국자는 “페리 전 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의 인사는 아니다”라면서도 “페리 전 국방장관은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한 분이고, 그 과정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차기 미 행정부에서의 비핵화 함의를 찾아보려는 일환”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장관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를 펼쳤던 ‘오바마 3기’가 아닌 ‘페리 프로세스’ 등 대북 포용 정책을 펼쳤던 ‘클린턴 3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과 연결된다.
페리 전 장관이 바이든 행정부 인사는 아니나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전망하며 ‘페리 프로세스’를 언급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듯하다.
지난달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클린턴 3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페리 프로세스를 거론했다.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선 ‘페리 프로세스’에 대해 “군사, 핵 개발 분야는 철저히 통제하면서 인도주의적 측면이나 민생 분야는 진척 시켜 나가는 유연한 접근”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임동원 외교안보수석이 페리 장관과 깊게 소통하고 클린턴 대통령이 공감해 함께 만든 결과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핵 개발이 진전되거나 제재가 작동하는 등 그런 차이는 있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햇볕정책에 대한 강한 지지를 하셨던 분”이라며 ‘클린턴 3기’ 접근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페리 전 장관은 1994년부터 1997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냈고, 1998년에는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임명됐다.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다음 해인 1999년 9월 그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 △북한 핵·미사일 개발 중단 △북·미, 북·일 수교와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 3단계 내용이 담긴 대북 포용 정책 ‘페리 프로세스’를 북핵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페리 프로세스’ 정책 추진으로 북미는 2000년 10월 특사를 교환하고 정상회담까지 논의했지만, 그해 11월 미국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폐기됐다.
한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이날 화상 간담회에 참여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의장은 페리 전 장관이 국방장관이던 당시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과 민족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또 페리 전 장관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페리 프로세스’를 제시할 당시에는 김대중 정부의 통일부 차관 자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