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경 "대세라는 말은 아직 수줍어…주어진 일을 최선 다할게요"
2020-11-16 11:03
김민경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경은 지난 2008년 KBS 23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콘서트'를 통해 안방극장에 눈도장을 찍었으며 2015년 KBS 연예대상에서 코미디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으며 최근 '오늘부터 운동뚱', '나는 살아있다'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민경은 "'제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도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난 이 정도로 사랑받을만한 일을 한 것이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자존감이 낮은 건 아닌데 누가 치켜세워주면 부끄럽고 쑥스러워요. 너무 좋고 행복한데 창피하기도 하네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김민경은 "내 인생을 바꿔준 것은 '맛있는 녀석들'이죠. 첫 고정 프로그램이고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부터 대중이 알아봐 주시고, 나 또한 조금씩 바뀌어 갔던 것 같습니다. '나도 개그 무대만이 아닌 이런 다른 걸 할 수 있구나'라고 느낀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먹을 땐 열심히 먹고 캐릭터도 서로 만들어줍니다. 부담 없이 방송을 하니 6년까지 온 것 같습니다"며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민상 씨와 이렇게 오래 할 줄 몰랐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죠."
'맛있는 녀석들'은 김민경에게 큰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이다. ‘맛있는 녀석들’이 5주년을 맞아 지난 2월 시작한 스핀오프 프로그램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대세로 거듭났기 때문. 복불복 방식을 통해 주인공으로 선택된 김민경은 지난 2월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일찍이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이 알아본 ‘근수저’는 필라테스 강사 심으뜸을 만나면 ‘척추요정’이 됐고, 종합격투기 선수 김동현을 만나면 ‘민이슨’, 축구선수 이천수를 만나면 ‘손흥민경’ 등 자유자재로 변신했다. 팔씨름·골프·야구 등 벌써 7번째 종목을 격파 중이다. 덕분에 뚱뚱한 사람은 운동을 못 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부수는 것은 물론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한 운동을 원하는 여성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
"'운동뚱'은 다이어트가 아니잖아요. 더 건강해지려고, 더 맛있게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시키는 대로 운동하는 게 약속이니까 저는 정말 식단 조절도 안 하고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하지만 그런 그도 초반에는 체중 감량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운동이라는 걸 하는데 살이 좀 빠져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 경락을 받기도 했어요. (웃음) 근데 어느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민경은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지만, 살을 빼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열심히 운동 프로그램을 찍다 보니 저절로 9㎏이 빠졌다. 식단 관리도 따로 안 했는데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효과를 봤다. 김민경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되면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라며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건강해지기 위한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장 재미있는 운동과 어려운 운동으로는 모두 필라테스를 꼽았다. 특히 김민경의 필라테스 장면을 본 후 용기를 얻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그녀도 용기를 얻고 있다. 필라테스는 몸매 좋은 사람이 딱 붙는 옷을 입고 해야 할 것 같아 도전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김민경이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필라테스를 하는 모습에 '아 나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필라테스를 할 때는 잔근육을 하나하나 써야 해서 제일 힘든 운동일 수 있는데 몸에는 제일 필요한 운동인 것 같아요. 지금 방송에서 하는 운동을 그만두게 되면 진지하게 내 몸을 위해 필라테스를 해볼까 합니다."
그는 "'나는 살아있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다행"이라며 "앞으로 험난한 일이 더 많아요. 저는 고소공포증, 물 공포증, 폐소공포증 등 공포증이 많은데 제가 어떻게 이겨나갈지 지켜봐 주세요"라고 귀띔했다.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각종 공포증 관련 상황을 다 집어넣은 것 아니냐고 제작진을 추궁하기도 했다. 정말 도망치고 싶었다. 그는 "다른 멤버들 얘기를 들으니 다들 운동 잘하는 친구들인데 제가 버틸 수 있을까 두려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프로그램 안 해도 살 수 있는데, 정말 안 하고 싶다고 감독한테 매달리기도 했죠."
하지만 이제는 감사한 프로그램이 됐다.
"언제 내가 이런 재난을 경험해보겠어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시즌2'는 사양이다. 감독이 농담처럼 "시즌2 할거지?"라고 했는데 "아니요"라고 바로 대답했다고.
김민경은 "내가 물을 이겨내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이 같이 재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썼죠"라며 "모두가 다 옆에서 도와줘서 할 수 있었어요"라고 강조했다.
'오늘부터 운동뚱'을 통해 야구에도 도전, '양신' 양준혁과 인연도 맺었다. 그는 "처음 양준혁을 봤을 땐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정도로 수줍어했어요"라며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준혁아~'라고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지르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민경은 '근수저', '민경장군', '운동뚱' 등 애칭 부자다. 그는 "모든 별명이 다 좋지만 그래도 '민경장군'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며 "유튜브 채널 이름도 '민경장군'이에요. 정형돈이 만들어준 이름"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것으로는 '연기'를 꼽았다. "어릴 때 꿈이 연기자였어요. 카메오를 제외하고는 '천일야사'를 통해 긴 호흡의 연기를 하고 있는데 너무 매력적이죠. 되든 안 되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1981년생, 내년이면 어느덧 만 '마흔'인 김민경은 '모태솔로'다. 30대에서 40대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다. 그는 "사주 포함 주변에서 '마흔에 터진다', '마흔부터 잘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라며 "오히려 올해 39세가 됐을 때 내년에는 내가 좀 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민경은 앞서 JTBC '1호가 될 순 없어',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을 통해 송병철, 유민상이 각각 호감의 마음을 드러내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연애가 목표였어요"라고 말한 김민경은 "목표한 것이 다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걸로 만족해'라는 계시인 것 같기도 합니다"라고 담담히 전했다.
급한 마음은 없다고 전한 김민경은 "일도 많고 여기에 집중하다보니 연애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줄어들어요. 송병철, 유민상씨와의 스캔들이야말로 제 인생에서 언제 두 남자와 스캔들이 나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어떤 계획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데로 열심히 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테니 지금처럼만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