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에 긍정적 시그널..."도움되면 마다할 이유 없다"
2020-11-13 18:52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산은 주도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1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산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산은은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으로는 가장 경험이 많은 기관"이라며 "자금 투입 최소화, 경영이 어려운 기업의 정상화, 고용안정,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측면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IB업계에 따르면, 다음주 쯤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도 다음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도 부위원장은 "(회의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 매출 15조원,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0대로 늘어 경쟁업체인 에어프랑스, 루프트한자 등 해외 대형 항공사 규모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미주 여객노선, 주요 화물노선의 점유율은 75%를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비나 조종사 교육 등을 일원화 등을 통해 비용이 줄어들고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몸집이 커진 만큼 독과점 문제로 인한 시장 경쟁 제한 가능성도 우려된다. 대형항공사가 시장을 절반 이상 가져가면 제품가격(항공권 가격) 인상은 물론 하도급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여러 부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가처분신청으로 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이날 KCGI는 공식자료를 통해 "산은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사 노조의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양사 6개 노조는 다음 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사 6개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