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산업은행...2대주주 반발·독과점 등 파고 예상

2020-11-13 14:46

산업은행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핵심 우군으로 떠올랐다. 추가 지분 확보가 절실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면서다. 다만 한진칼의 자금력 문제는 물론, 2대주주인 조현아·KCGI·반도그룹 3자연합의 반발, 최대 70%에 달하는 독과점 문제 등 난관이 예상된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자해 한진칼이 금호산업이 가진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정부도 다음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한진칼에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 등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연 매출 1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 방안은 정부 측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된 양사를 합병해 민간 투자자로도 나서고, 항공업 재편에도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진 측도 산은의 지분으로 우군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단,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는 12조 원이 넘는다. 자본잠식률도 56% 수준이고, 1년 내 상환 의무가 있는 유동부채만 4조7979억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부실 덩어리'를 안고 가는 셈이다. 한진칼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등을 합치면 2821억원에 불과하다. 

적자를 겨우 면하며 유동성 위기를 방어하고 있는 한진 측이 이번 딜에 동의한 것은 결국 산은의 자금력이 대거 투입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산은이 이번 딜로 한진칼 증자에 참여하면 현재 41.4%의 지분을 가진 조 회장 측과 KCGI 등 3자연합 측 지분(46.71%, BW 신주인수권 포함)은 희석된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회장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가 가처분신청으로 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이날 KCGI는 공식자료를 통해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것은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양사의 인수·합병이 성사되더라도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세계 10위권 국적항공사로 덩치를 키우게 된다. 보유 항공기 대수도 240대로 늘어 경쟁업체인 에어프랑스를 넘어서게 된다. 국내 미주 여객노선, 주요 화물노선의 점유율은 75%를 육박한다. 몸집이 커진 만큼 향후 시장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 대형항공사가 시장을 절반 이상 가져가면 제품가격(항공권 가격) 인상은 물론 하도급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 여러 부작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위기와 비슷한 사례로 분류되는 1999년 외환위기 직후 인수합병된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도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 육박하며 독과점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양사의 합병 이후 제품 가격이 인상되고, 협력업체의 납품단가가 내려가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 바 있다. 

이를 방지하고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공정거래 법률’에 따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원칙적으로 인수합병을 허용하지 않지만 항공업의 경우 예외적인 위기 상황으로 규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합병이 논의됐을 때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인정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 = 한진그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