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코로나·北 봉쇄' 여전한데…'남북미일' 4자회담 가능할까

2020-11-11 18:11
박지원 국정원장 귀국 "靑에서의 적절한 진전 기대"
도쿄하계올림픽 계기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 제안
코로나19, 한·일 갈등, 북한 무반응 풀어야 할 숙제로
"4자회담 이뤄져도 '강제징용' 문제해결은 어려울 듯"
"새 대외전략 짜야하는 北, 긍정적 검토 가능성 존재"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과 북이 '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997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진행했던 ‘4자회담(남·북·미·중)’이 다시 거론됐다. 시기는 2021년 도쿄하계올림픽. 그런데 참여국 구성이 다르다.

중국 대신 일본이 참여국으로 포함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북한 참여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물꼬를 열었던 것처럼 도쿄를 ‘제2의 평창’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日 도쿄, ‘제2의 평창’으로···박지원 “적절한 진전 기대”

11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다자주의·동맹 주시’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전 세계가 ‘스포츠’로 하나가 되는 올림픽에서 일본, 북한, 미국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과 교류를 촉진하는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전날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로 부임하는 노태강 신임 대사에게 신임장을 건네며 “도쿄올림픽 남북 동반 입장, 2032년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 등을 잘 협의해 올림픽이 세계 평화의 대제전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되길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선 당선인이 외교 문제를 동맹국과의 협력 즉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로 풀어갈 거란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북한의 참여 가능성이 큰 올림픽을 활용해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겠다는 의도다.

또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한·일 간 갈등 문제도 이 기회를 통해 풀어보겠다는 계획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전달하는 ‘특사’ 역할을 지일파(知日派)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맡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오후 방일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해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또 도쿄올림픽 4자회담 제안에 대해 “스가 총리에게 드린 말씀을 (기자들에게) 답변할 수 없지만,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께 보고를 드리고 청와대에서 적절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답했다.

아울러 한·일 정상 공동선언인 ‘문재인-스가 선언’과 관련해선 “이번에 스가 총리, 니카이 간사장 등 정치 지도자들과 만나 충분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의 이런 발언은 이번 방일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박 원장은 지난 8일부터 3박 4일간 일본을 방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를 예방했다.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스가 총리를 예방한 것은 스가 내각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박 원장은 스가 총리 이외 일본 자민당의 2인자이자 20여 년간 친구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내각정보조사관도 만났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11일 오후 일본 방문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은을 도쿄로”···4자회담 실현 가능성은?

그러나 도쿄올림픽 4자회담 실현 가능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세계 각국 간 이동을 제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여전하고, 한·일 갈등은 뚜렷한 해법 없이 풀 수 없다는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북한이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중국과의 국경을 막을 정도로 코로나19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한·미·일 협력 강화에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남·북·미·일 4자회담 추진 배경은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4자회담을 계기로 한·일 갈등이 해소되거나, 양국 관계가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미국으로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 압박에 나설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강제징용과 별개로 두고 접근하는 것 같다”면서도 “이를 계기로 한·일 관계의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과 더 가까운 북한이 (일본이 포함된 4자회담에) 매력을 느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날 기자와 만나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북한도 새로운 대외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보면 북한도 (일본 포함) 4자회담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과 중국을 오가는 ‘시계추 외교’를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시계추 외교를 가동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