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데이트 폭력' 영상에 등장한 가해 남성이 받게 될 형사처벌 수위를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 데이트 폭력 관련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상당수가 벌금형의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덕천동 한 지하상가에서 한 남성이 여성에게 발길질을 하고, 휴대폰으로 무차별 폭행하는 내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유출돼 경찰에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7일 오전 1시 13분쯤 부산 북구 덕천동 덕천지하상가에서 일어났다. 영상에 등장한 두 사람은 연인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논란이 확산하자 남성은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이 남성은 여성이 휴대폰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툼이 시작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이 신고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영상을 토대로 특수폭행죄가 성립돼 합의를 했더라로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은 사법당국의 경고·예방조치에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2018년 이른바 '데이트 폭력 삼진아웃제'가 도입됐지만, 유명무실한 상태다.

경찰청이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 4136건 △2018년 1만 8671건 △2019년 1만 9940건으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경찰은 데이트 폭력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올해 7~8월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을 비웃듯 최근 몇 달 새 아찔한 데이트 폭력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 8월 한 남성은 자신의 여자 친구를 무차별 폭행하는 가혹행위를 했지만, 벌금 300만 원의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이 남성은 나무 테이블로 여자친구의 머리를 가격하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폭행을 가했다. 또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의 손등을 담배꽁초로 지지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한 유명 경찰공무원 시험 강사는 연인 관계였던 조교 여자친구를 수차례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이 남성은 700만 원의 벌금형을 구형받았지만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면서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살인미수 사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가해자가 흉기로 신체 여러 곳을 위협해 친구는 무릎 꿇고 빌었는데 가해자는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며 '재밌다'고 하며 이 영상과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은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고, 청와대는 "피의자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번 청원들을 계기로, 성범죄 엄정 수사 및 피해자 보호라는 기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