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힐링] 단풍 든 마스터스로 떠나볼까
2020-11-11 08:00
11월 마스터스는 만산홍염(滿山紅葉)
지난 3월 12일(한국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팬데믹(범유행) 선언 이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는 중단됐다. 제5의 메이저라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라운드 직후였다. 수많은 갤러리와 선수들이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갔다.
한 달 뒤에 열리기로 했던 '명인 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이하 마스터스, 총상금 1150만달러·128억4550만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대회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7475야드)은 4월 둘째 주를 포기하고 11월 둘째 주로 일정을 잡았다.
선수 중에서도 많은 확진자가 나왔지만, PGA투어는 대회를 강행했다. 지난주 비빈트 휴스턴 오픈에서는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매 라운드 2000명의 갤러리를 허용했다.
패트론이 없고, 단풍이 든 어색한 마스터스는 오는 12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96명이 출전할 계획이었으나, 호아킨 니만(칠레)과 2017년 우승자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각각 지난 7일과 10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기권했다. 결국, 94명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그린 재킷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이 대회의 디펜딩 챔피언은 타이거 우즈(미국)다. 그는 이 대회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81승을 쌓았다. 메이저 대회로서는 15승째다. 메이저 대회 최다승 보유자는 '황금 곰' 잭 니클라우스(18승)로 우즈와는 3승 차다. 만약 그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투어 통산 83승으로 최다승 기록자로 우뚝 서며, 메이저 대회 16승으로 니클라우스를 2승 차로 추격하게 된다.
주요 선수로는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섐보,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머스, 브룩스 켑카(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욘 람(스페인)이 있다. 매킬로이는 이 대회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노린다. 그는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이 대회 우승이 없다.
또한,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순위 상승을 노린다. 현재 세계남자골프랭킹(OWGR) 1위는 존슨, 2위는 람, 3위는 토머스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1위인 디섐보(675점)가 스튜어트 싱크(미국·671점)를 4점 차로 누르고 있다.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대회 전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세 가지 행사가 취소됐다. 바로 드라이브 칩 앤 퍼트, 저주로 유명한 파3 콘테스트, 오거스타 내셔널 여성 아마추어 챔피언십이다. 다행히 두 가지 행사는 살아남았다. 챔피언스 디너와 명예 시타(honorary starters)다.
챔피언스 디너는 대회 전 화요일 저녁 역대 우승자들을 불러 모아 지난 시즌 우승자가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다. 주최자가 메뉴를 고르는 행사로 유명하다. 재밌는 점은 우즈가 챔피언스 디너를 두 번 즐기게 됐다는 점이다.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가 연기된 것을 아쉬워하며 여자친구인 에리카 허먼, 샘(딸), 찰리(아들)와 함께 조촐한 '챔피언스 디너'를 즐겼다.
그러나 대회가 다가오자 우즈는 "예년처럼 화요일 밤(11월 10일)에 챔피언스 디너를 즐길 계획"이라며 "만찬 메뉴로는 전에 정했던 스테이크, 파히타(멕시코 음식), 초밥, 생선회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깜짝 발표로도 주목을 받았다. 프레드 리들리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리 엘더(미국)를 2021년 4월 개막식의 명예 시타자로 선정했다"고 전했다. 명예 시타는 대회 직전 1번홀에서 마스터스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다.
지금까지 총 9명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조크 허치슨(영국·1963~1973년)과 프레드 맥레오드(미국·1963~1976년)가 가장 먼저 명예 시타자에 등극했다. 두 선수는 마스터스 우승자가 아니었다. 1977년부터 1980년까지는 명예 시타자가 없었다.
이후 진 사라젠(1981~1999년)과 바이런 넬슨(이상 미국·1981~2001년)이 명맥을 이었다. 켄 벤투리(1983년)는 잠깐 합류했다. 이후 샘 스니드(1984~2002년)가 합류하며 트리오를 형성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빅3의 결성은 2012년이다. 아널드 파머(미국)는 2007년부터고, 니클라우스는 2010년부터, 개리 플레이어(남아공)는 2012년부터 합류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25일 파머의 타계로 빅3 중 두 명만 남은 상황. 2021년 4월에는 엘더의 깜짝 합류로 니클라우스, 플레이어, 엘더의 트리오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어서 리들리 회장은 "엘더의 이름으로 흑인 대학인 페인 컬리지에 골프 장학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과시하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지난 시즌 여성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한 것에 이어 이번 시즌 흑인에게 명예 시타자와 장학금의 영예를 안겼기 때문이다.
엘더는 1975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가장 좋은 성적은 1979년 17위. 우즈는 엘더의 뒤를 이어 1997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아직 아시아인 우승자는 없다. 지금까지 마스터스 최고 성적은 '탱크' 최경주(50)가 보유하고 있다. 2004년 3위다. 그다음 좋은 순위는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로 2015년 5위와 2017년 7위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 4명 외에도 5명(프로 4명·아마추어 1명)의 아시아인들이 출전한다. 프로골퍼는 재즈 제인와타나논(태국), 반정쭝(대만), 히데키, 이마히라 슈고(일본)다. 아마추어 골퍼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린 유신(중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