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내 아이폰 충전기는 어디로 갔나요?

2020-11-09 07:30

애플의 첫 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가 국내 단말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전 예약판매로만 약 50만대를 팔았고, 아이폰12 미니와 프로맥스의 출시에 힘입어 연말까지 100만대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5G 가입자 수 확대가 필요한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도 이만한 '대어'가 없다. 아이폰12 돌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이폰12에 적용된 애플의 이윤 확대 전략에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아이폰12 구매자들의 몫이다.

아이폰12는 세계 최초로 제품만 구매해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다. 제품 구성에서 충전기(전원 어댑터)와 번들 이어폰(이어팟)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제품과 함께 2만5000원 상당의 '20W USB-C 전원 어댑터'를 구매하거나 (시중에서 찾기 힘든) USB-C 단자를 갖춘 PC·노트북에 연결해야 충전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제품 출고가를 2만5000원 인상한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초저가 단말기에선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이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애플은 100만원이 넘는 플래그십 단말기에서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을 뺀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환경보호다.

리사 잭슨 애플 환경·정책·사회 담당 부사장은 "아이폰12 패키지에서 충전기와 이어팟을 제외함으로써 패키지 크기를 줄였고, 배송 운반대에 제품을 70% 더 실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물류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연 200만톤씩 줄일 수 있다. 매년 45만대의 차가 도로에서 없어지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은 2030년까지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는 등 가장 강력히 '넷제로(Net-zero)' 정책을 시행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5만원 상당의 충전기와 번들 이어폰이 빠졌음에도 출고가 인하는 없었다. 오히려 5G 관련 부품 추가를 이유로 동급 모델인 아이폰11과 비교해 아이폰12의 출고가를 50달러(699달러 > 749달러) 인상했다. 모두 이용자의 부담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잭슨 부사장은 "시중에 20억개의 아이폰 충전기가 풀린 상황인 만큼 기존에 구매한 충전기를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황스러운 발언이다. 아이폰 충전기는 라이트닝이라는 독자 규격으로, 아이폰과 일부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는 아이폰으로 이동하면 기존 충전기를 이용할 수 없다.

기존 아이폰 충전기를 갖고 있다고 해도 비싼 돈 내고 구매한 아이폰12의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 애플이 기존 아이폰 제품군에 동봉하던 충전기는 5W 규격의 충전기로, 아이폰12가 갖춘 20W의 빠른 충전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20W 빠른 충전 기능을 이용하려면 2만5000원을 내고 전용 충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아이폰11 프로와 프로맥스 구매자만이 18W 충전기를 통해 빠른 충전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은 20억대의 아이폰 충전기가 시중에 풀려있다고 말하지만, 그 20억대가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충전기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케이블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보통 케이블이 단선되거나 피복이 벗겨지는 경우가 많으니 충전기만 다시 이용하려는 사용자도 꽤 될 것이다. 어림도 없는 희망 사항이다. 애플은 갑자기 아이폰12에 동봉되는 케이블을 'USB-A to 라이트닝'에서 'USB-C to 라이트닝'으로 바꿨다. USB-A로 연결되는 기존 아이폰 충전기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합하면 어떻게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애플의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통신사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폰12 예약 구매 사은품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애플 정품 충전기 또는 애플 서드파티 충전기였다고 한다. 이용자가 기존 아이폰 충전기를 재활용할 것이라는 애플의 주장이 얼마나 희망 사항에 불과했는지 잘 보여준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부분 애플을 꼽을 것이다. 지난 3분기 애플은 매출액 646억9800만 달러(약 73조2000억원), 영업이익 147억7500만 달러(약 16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놀라운 기록이 기술 혁신과 이용자 경험 향상에서 비롯되어야지 이용자 호주머니 털기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사진=강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