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정세 지각변동] ②외교·통일 新전략 준비 분주…"北 도발 막아라"

2020-11-09 08:00
강경화 외교장관, 8~11일 방미
바이든 측 인사 접촉 여부 촉각
이인영 통일장관 방미 조율 중
9일 오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남편과 승리를 자축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바이든이 '바이든 박사와 바이든 부통령이 이곳에 거주한다'(Dr. & Vice President Biden Live Here)는 표지를 들고 있고, 질 여사가 손으로 '부'(Vice)를 가리고 있다.[사진=질 바이든 트위터 캡처]



불확실성이 가득했던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부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준비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차기 행정부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한·미 관계 준비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관련 “바이든 진영 및 민주당 주요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 왔다”며 했다.

이어 “외교부는 그간 구축해온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통일부는 “미국 대선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유관 부처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현안 협의와 미국 대선 이후 동향 파악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美로 간 강경화 장관···특명 ‘바이든 인사 접촉하라’

당장 미국으로 출국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바이든 측 인사들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의 이번 방미(訪美)는 9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주요 목적이다. 그러나 강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들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루두루 의회나 학계 쪽 인사들을 좀 많이 만날 계획”이라며 “민감한 시기지만 한·미관계를 더 굳건히 다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유익한 대화를 많이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측 인사 접촉 여부에 대해선 “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 “가서도 계속해서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앞서 강 장관의 방미 일정은 폼페이오 장관의 초청으로 지난달부터 조율된 것으로,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강 장관의 미국행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에 결정됐다. 그러나 방미 직전에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선언하면서 대선 후 미국 동향을 파악할 기회가 됐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양국 간 갈등이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바이든 후보가 동맹 관계 강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리한 증액 요구로 장기간 교착국면에 직면했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타결될 거란 관측에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생명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美 대북정책, 전면 수정 예고···“北 도발 관리하라”

이번 방미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함께한다. 이 본부장은 강 장관을 수행하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할 예정이다.

이 본부장은 현재 바이든 후보의 대북정책 기조가 기존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Top down)’ 방식이 아닌 ‘보텀업(Buttom up)’ 방식을 선호, 북·미 관계 진전의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북한 도발 방지 등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측된다.

통일부 역시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며 북한 도발 관리에 전념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위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방미 일정이 조만간 조율될 듯하다.

이 장관은 앞서 미국 방문을 고려했었다.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아 방문 시기, 대산 등을 확정 짓지 않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취임 후 첫 출입기자단 대상 기자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대응 방안, 미국 방문 계획 등을 언급할 수도 있다.

이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남북생명공동체 실현과 평화경제 학술포럼’ 개회사에서 “미국에 어떤 행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흔들림 없이 지속해야 하고 한미 공조를 통해 평화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는대로 우리의 입장을 차기 미국 행정부에 전하고 초기부터 (대북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체계를 갖춰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과거 북한이 미국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존재감 부각을 위해 무력도발을 했던 점을 우려하며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차기 미국 행정부의 의중 탐색을 위해 한반도에 인위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여파만 가져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북한에 도발보다는 협력의 의지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 장관은 “남북 간, 북·미 간 합의사항을 착실하게 이행하려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면서 “북측이 호응한다면 평화와 공존의 ‘남·북·미 시대’를 다시 새롭게 열어나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