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혼전 속… 習, 보호무역주의 비난

2020-11-04 21:45
상하이서 열리는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 나서
미국 대선 후 첫 대외 메시지... "보호무역주의 국제질서 파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CCTV보도화면 캡처]
 

미국 대선이 혼돈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정조준했다. 미국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국제 무역무대에서 축소된 미국의 역할을 중국이 대신하겠다는 포부를 전세계에 천명한 것이다.

시 주석은 4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 국제수입박람회(CIIE)의 개막식 화상연설을 통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국제 무역질서를 훼손하게 해서는 안된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기반으로 한 다자무역체제와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고 개방형 세계경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개혁개방 성과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개방의 문을 닫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이후 빠른 안정을 되찾았고 세계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중국 중심 대외무역 시장 재편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는 △자유무역시험구 건설을 확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 △중국 기술 수출금지 및 제한 목록을 중심으로 한 자유로운 기술 이동 환경 조성 △외상투자법 등을 바탕으로 한 안전한 외국인 투자 환경 조성 △다수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통한 국가간 교류 강화 등이다.

이날 시 주석의 연설은 미국 시간으로 대선 이튿날 오전 7시에 진행됐다. 박람회 공식 일정은 내일부터인데, 시 주석이 참여하는 개막식이 예년과는 다르게 전날 저녁 이뤄진 것이다. 이번 연설이 미국과 세계를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국제수입박람회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지난 2018년, 중국이 미국의 압력에 대항해 자국의 구매력을 과시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경제적인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행사다. 시 주석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이례적으로 2년 연속 박람회를 직접 주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수호자’ 역할을 강조했었다.

지난 두 차례 연설에서는 중국 경제를 뒤흔들 만한 주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1회 개막식에서는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기술·창업기업 주식시장인 ‘커촹반(科創板)’의 설립계획이 공개됐고, 중국 창장(長江) 삼각주(三角洲) 지역의 일체화 발전이 국가전략으로 승격됐다. 2회 때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회적으로 겨냥하며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은 CIIE 개막식 연설을 중국의 대외개방 의지와 세계 무역시장에서의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활용해 왔다”며 이번 연설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날 중국 매체들은 미국 대선의 결과나 당락보다는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을 더 부각시켰다. 중국 관영 CCTV는 미국 대선 개표 상황은 자세히 보도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법정 서로를 겨냥한 소송전을 시사한 내용을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가 각각 밝힌 입장을 간단하게 전하면서 서로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