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중국공산당 19기 5중전회 읽기

2020-11-04 08:58

 

[강준영 교수]


향후 5년간의 중국 발전과 2035년까지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제시한 중국공산당 19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지난달 29일 막을 내렸다. 이번 회의는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우선 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여하히 장기적인 국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단기적 계획 제시와, 증폭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미국의 봉쇄를 뚫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주도할 중장기적 세계 전략 제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또 향후 발전전략 주도와 관련, 현 중국 최고지도자인 시진핑 당 총서기의 권력 강화도 관심사였다.

일단 이번 회의는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대한 정면 돌파 선언이다.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지난 9월 8일 사실상의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고, 3분기 4.9%의 경제성장을 달성해 주요국 중 유일하게 전체적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됐고, 올해 2% 경제성장이 예측된다. 또 시진핑은 선전(深圳) 경제특구 설립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보호주의 무역에 맞서 개방 확대를 천명하는 등 중국식 발전 모델에 대한 자신감도 보였다. 여기에 세계적 경기 예측기관들이 중국의 ‘나 홀로 성장’을 평가하면서 203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고무돼 있기도 하다.

이번 회의의 결정 사항들은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정책으로 집행된다. 이번에 논의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은 국내 수요 확대를 중심으로 한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발전과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 제시를 핵심으로 한다. 중국은 일찍이 1987년 13차 당 대회에서 국제 분업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수출 중심의 국제대순환론(國際大循環論)을 제시했고, 이번에 내수 중심의 국내대순환을 결합시키는 이중 순환 정책을 제시한 것이다. 불확실한 국제 경기나 미국의 중국 중심 공급망 와해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내수시장을 구축해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재확인함으로써 이례적으로 중기 발전 청사진까지 제시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시진핑 지도부는 향후 중국 발전을 두 개의 100년, 즉 공산당 창당 100년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을 통해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를 완성해 세계 최강 국가가 될 것임을 국가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비록 창당 100년인 2021년 중산층 중심의 소강(小康) 사회 건설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달성이 불분명해 직접적 언급을 피했지만, 2035년 1인당 국내총생산을 ‘중등발달국가’, 즉 중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2050년에는 세계 최강 국가로 도약하는 데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중국이 강조한 것이 바로 과학기술 자립이다. 중국이 이룬 최첨단 과학기술 발전은 실로 괄목상대할 만하다. 일부 분야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절취한 기술과 강제 기술 이전을 통해 획득한 기술을 기반으로 했다는 미국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펼쳐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맞서 중국 스스로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중국제조 2025’의 첨단 기술에 대한 국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역량을 강화해 종국적 과학기술로 무장된 과학기술 사회주의(科技社會主義·Digital Leninism)국가 건설을 천명한 것이다.

또한 문화 소프트 파워의 본격 육성, 국방력 현대화 목표 등도 언급하고 도·농 간 격차 해소, 기본적인 법치국가 제도를 완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직 중국은 진정한 법치국가가 아니라는 고백이자 동시에 미국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법률·제도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어느 국가든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자신감, 부유한 사회 건설을 설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14차 5개년 계획이나 2035년까지의 계획에서도 역시 추상적인 언어가 눈에 많이 띈다. 모든 분야에서 강국이 된다든가 ‘건강한 중국’, ‘아름다운 중국’, ‘평안한 중국’, ‘디지털 중국’ 건설과 같이 추상적이다. 단기적 돌파구 마련이 여의치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가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아직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중앙위원회 공작 조례를 제정해 시진핑 개인의 권력을 강화하는 조치가 있었다. 중국은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시진핑 당 총서기의 권한을 강화해 작금의 위기를 돌파할 원동력이자 구심점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당 최고정치 실체인 중앙정치국 및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소집권과 의제 설정권을 앞으로는 총서기에게만 국한함으로써 시진핑 총서기가 자신의 의도대로 주요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진핑의 권력 강화와 더불어, 유명무실해졌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유지되었던 공산당 지도부의 집단지도체 성격이 조례라는 법적 형식을 통해 1인 지배체제로 회귀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철저히 중국공산당과 중국 국민들이 선택할 문제지만, 미국과의 항전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큰 그림을 놓칠 수도 있다. 세계 1위는 경제력만으로 구축되지 않으며 보편성과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국가나 집단이 자기중심적인 해석이나 인식을 강요하면 국내외적인 또 다른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