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51주년] '초일류' 이후 새로운 50년의 시작, 이재용 부회장 행보 주목

2020-11-02 06:01
이건희 회장 없는 첫 창립기념일... 조용히 치를 듯
말보단 행동으로 '이재용 체제' 가속화
글로벌 스킨십 확대... 대형 M&A 가능성

삼성전자가 2일 새로운 50년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다.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을 목표로 선대회장들의 경영철학인 도전과 혁신, 상생을 바탕해 혁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그 중심에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삼성’ 향배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회장 없는 첫 창립기념식... 그의 뜻 기리며, 조용히 치러질 듯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시대를 뒤로하고 온전한 이 부회장 체제에서 처음으로 창립기념 행사를 진행한다.

51주년 창립기념 행사로 정확히는 11월 1일이지만, 휴일인 상황인데다 이 회장의 장례 후 삼우제 등을 고려해 하루 미뤄서 여는 것이다.

새로운 50년을 향한 첫 행사인 만큼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서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아버지 이 회장의 장례 직후인 상황이라 각 부문장이 대신해 창립기념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회장의 별세와 코로나19 등으로 창립기념 행사를 크게 열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다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서라도 경영진이 일정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경영진의 메시지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서 언급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그 연장선에서 이 회장의 애도사와 함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 삼성전자의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사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우리의 기술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자”고 역설했다.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도전’·‘원천기술’·‘상생’을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임직원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남은 한 해 말보다 행동으로 ‘이재용만의 색깔’ 보여준다
올해 남은 한 해 이 부회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이를 실천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글로벌 업계 선도 기업으로서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에도 잇따라 출장길에 나서며 남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지난달에만 유럽과 베트남에 연이어 다녀왔다. 두 지역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 삼성의 주요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곳이다. 이 부회장은 출장에서 주요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음 행선지 후보에 대해서도 예고했다. 그는 당시 “올해 안에 일본 출장 계획도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본도 고객들을 만나러 한번 가기는 가야 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본 통신사인 KDDI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검증에 성공하는 등 일본 내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5G는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꼽는 분야다.

글로벌 스킨십을 확대하는 가운데 대형 인수·합병(M&A)에도 다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이 부회장이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부터 굵직한 삼성전자의 M&A가 끊겼지만, 이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다시 움직일 전망이다.

선대 회장들의 ‘공’은 이어받되 ‘과’는 철저히 개선해 새로운 삼성의 구축에도 매진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노사 관계 재설정, 사회 공헌 강화 등을 통해 ‘이재용 체제’의 색깔을 확실히 드러낼 것이란 견해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회견에서 이 회장 시대 삼성이 고수했던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한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3일 단체교섭을 본격 시작한다.

이 같은 변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내부정비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2월 정기 인사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본인의 회장 승진 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또한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문제 등도 빠르게 풀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뉴삼성에 한발 더 다가서기 위해 과거의 공은 이어받고 과는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며 “2021년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 부회장은 우선 남은 한 해 동안 이 같은 과제들을 빠르게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3일 베트남 출장을 마친 뒤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