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결전의 밤, 폭력의 악몽으로 뒤덮이나?

2020-10-26 18:03
결과 둘러싸고 시위발생 우려↑…페이스북마저 조치 나서

대선을 앞두고 미국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폭력시위와 소요 발생 우려 때문이다. 11월 3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과격파들이 분노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심지어 세계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은 소요 사태 방지를 위해 '위험' 게시물의 유통을 제한하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리랑카와 미얀마 등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위기지역에서 사용하던 방안들을 미국 대선에 도입했다는 것은 현재 미국 내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의 인준안을 처리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배럿 지명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보수 성향 배럿의 낙태권 반대를 겨냥해 아이 낳는 일만 허용된 시녀가 등장하는 미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 속 빨간색 시녀 복장을 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험한 게시물 번지는 것 막아야"

페이스북은 선거와 관련한 폭력 사태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적 제어장치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WSJ은 전했다. 페이스북은 대중을 자극할 수 있는 게시물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대중을 자극할 수 있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시키는 이른바 '위험한' 게시물의 확산 속도를 늦춘다. 또 이용자들에게 보여지는 게시물의 종류 변경, 게시물 모니터링 기준 강화 등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방법은 페이스북이 스리랑카나 미얀마 등 소요의 위험이 높았던 지역에서 적용했던 것들이다. WSJ는 "페이스북 임원들은 이같은 장치들은 선거관련 폭력사태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만 사용될 것이지만, 페이스북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인 앤디 스톤은 "페이스북은 안전한 선거를 위한 장치를 만들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다"면서 "우리는 이전 선거의 교훈을 기반 삼아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경험을 가진 이들과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대표 역시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폭력의 가능성이나 시민 불안을 줄이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시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올랜도 샌퍼드 국제공항'에 마련된 대선 유세장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중단했던 대선 유세를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사진=AP 연합뉴스]


◆주지사 납치 시도 등 '과격행동' 늘어가는 극단주의 

최근 미국 극우단체 활동은 나날이 과격해지고 있다. 선거 전후 폭력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8일 극우성향 무장단체 소속의 남성들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고, 관공서 등을 공격해 내전을 일으키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이들은 휘트머 주지사뿐만 아니라 민주당 소속의 랄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를 납치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주의 주지사들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극우단체로부터 반발을 사왔다. 

이처럼 극우세력이 점차 극단적 행동을 보이면서 미시간 주는 급기야 지난 16일 대선일에 투표소와 관련된 장소에서 반경 30미터 이내 총기소지를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미국 전략국제연구센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극우 그룹에 의한 테러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 극우그룹에 의한 공격과 납치 등의 사건은 2000년에서 2013년 사이 20여건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7년과 2019년 사이 무려 연간 발생횟수가 무려 30~5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역시 폭력사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우편투표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선거 결과 산출이 늦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가 부정선거에 사용될 수 있다는 발언까지 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만약 공화당 소속의 트럼프 대통령이 근소한 차로 패배할 경우에 실제로 극단적인 폭력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힘들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특히 극우세력, 백인우월주의자, 총기규제반대그룹, 코로나19 규제에 반대하는 그룹, 여성혐오 집단들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 내 분열이 깊고 장기화하고 있는 것 역시 위험요소다. 특히 인종문제를 두고 충돌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이후 극단적 좌파와 국단 우파 사이에서의 충돌은 위스콘신 등 여러 지역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