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트럼프와 바이든의 극명한 대북정책 시각차이

2020-10-26 11:08

[엄태윤 교수]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정도 남았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중 어느 쪽이 승리할 것인지 장담하기 쉽지 않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이 달라지는 만큼, 우리나라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바이든 후보 간 대북정책 방향의 차이점은 이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유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며, 바이든 후보는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할 것으로 본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를 보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톱다운(top-down) 협상 방식의 대북 유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3년 9개월 동안 두 차례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판문점에서 한 차례 미북정상 간 깜짝 회동을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을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고,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억제해 온 것을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 문제에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 왔으며, 이를 미국 국내 정치 상황에 활용해 왔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에서도 외교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톱다운 방식의 세 번째 미북정상회담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다분하다.

만일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내년 1월 바이든 정부 출범후 6개월 정도 지나서야 구체적인 대북정책 방향이 잡힐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의 발언 내용, 민주당 정강정책, 미 대선후보 TV 토론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바이든의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민주당은 정강정책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과 외교를 통해 북한 핵 프로그램과 호전성에 의해 나타난 위협을 제한하고 억제한다”는 입장을 설정하였으며,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정했다. 또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지하고, 북한 인권 유린행위를 중단하도록 압박한다”는 내용도 명기되었다.

10월 8일 바이든 후보 대선캠프 핵심참모인 브라이언 매키언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협상방식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으며, 실무진 중심의 바톰업(bottom-up) 협상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계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바이든은 오바마가 아니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전과는 다른 수준이다”고 언급하면서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과 차별성을 역설하였다. 10월 15일 바이든 후보는 ABC 방송이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더 갖게 됐고, 세계는 더 위험해졌다”고 주장했다.

10월 22일 열린 미 대선후보 TV 토론회에서도 북한 문제를 놓고 트럼프와 바이든 간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좋은 관계이기 때문에 전쟁도 없다”라는 대북 유화적인 시각을 보인 반면, 바이든 후보는 “폭력배를 좋은 친구라고 부르면서 정당성을 부여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싸잡아 비난했고, 미북정상회담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 핵 능력을 감축하는데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미 대선에서 바이든이 이긴다면, 차기 미 정부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정부와 상당히 달라진다. 바이든은 이른바, ABT (Anything But Trump)를 추진할 것이며,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 추진해왔던 비핵화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미북협상 방식이 톱다운 방식에서 실무자 중심의 바톰업 방식으로 전환되고, 협상내용도 더욱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다. 민주당이 정강정책에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 비핵화 문제에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다.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바이든의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북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한 핵과 ICBM이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기 때문에, 바이든이 ‘전략적 인내’를 그대로 답습하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인내’에 ‘플러스 알파 (α)’를 포함한 대북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을 생각해 본다. 바이든이 ‘전략적 인내’ 기조 속에서 UN의 강력한 대북제재 틀을 유지하면서, 북한 비핵화 문제와 미북관계 변화에 따라 플러스 알파 (α), 즉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차기 미 정부가 북한의 핵과 ICBM을 그저 무시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바이든이 북한과의 대북협상 창구를 열어두면서 실무차원의 대화를 시도할 것이며, 만일 북한이 위협적인 도발을 또다시 감행할 경우 동맹국들과 함께 북한을 더욱 압박하고 ‘채찍질’ 하는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와 달리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북한 인권문제도 집중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많다. 북한 핵과 ICBM 위협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법도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일 75주년 열병식 행사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공개하였는데, 이는 내년 1월 출범할 차기 미 정부를 겨냥하여 군사력 시위를 벌인 것이다. 현재 북한은 미 대선 이후 상황변화를 관망하고 있으나, 차기 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따라 군사적 도발을 할 소지도 다분하다.

한편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친서 외교 등을 통해 톱다운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집권한다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로 삼아 미북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해 보려 할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접근방법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무력 도발을 통해 대미 협상력 제고를 시도할 여지도 많다.

정부는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확고한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한미일 안보협력체제 구축도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실패한 대북 유화정책을 교훈으로 삼아, 차기 미 정부와 함께 북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