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치니코프의 몽상(夢想): 불로초의 꿈은 계속된다

2020-10-25 17:12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27)

[박상철 교수]


<100 to the future> 필자 박상철 교수 =이제 120세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노화(老化)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박상철 교수의 ‘100 to the future(백, 투더 퓨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박 교수는 서울대 의과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화세포사멸연구센터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을 역임했고, 현재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로 활동 중입니다. 노화 분야 국제학술지 ‘노화의 원리’에서 동양인 최초 편집인을 지냈고 국제 백세인연구단 의장, 국제노화학회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노화 연구 공로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노화이론을 세운 그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소개됐습니다.

<100 to the future>는 100세까지 보편적으로 사는 미래에 대비하자는 의미로, 영화 '백 투더 퓨처'의 미래 귀환 뉘앙스를 차용한 시리즈 제목입니다. 이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앞당겨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필자는 그 길어진 삶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건강하고 풍요로운 내일에 대해 실감나게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주>



불로장생을 실현하기 위해 인류는 불로초를 찾고 불로장생술을 습득하고 불로촌에서 사는 꿈을 꾸어 왔다. 그 중 특별한 식품을 통해 불로장생을 이루는 일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래 지금까지 추구되어 왔다. 오늘날에도 석학이나 구루(Guru)가 앞장서서 특정 식품을 불로초라고 강조하면 불로장생을 추구해 왔던 인류는 이러한 유혹에 쉽게 휩쓸리기 마련이다.

러시아 출신 메치니코프(Ilya Ilyich Mechnikov 1846~1916)는 박테리아를 백혈구가 식균 처리한다고 밝혀 면역학 분야를 개창하여 파스퇴르 연구소 소장 직을 이어받을 정도의 최고 학자였다. 더욱 ‘머리카락의 표백’(1901)과 ‘앵무새의 노화’(1902)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노화생물학의 원조로도 알려지고 있다. 그의 저서 ‘Essais Optimistes’(1907)는 "The Prolongation of Life: Optimistic Studies" (1908)라고 영어로 번역되었고 일본어로는 ‘不老長寿論’(1912) 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그는 자신이 젊어서 여행하였던 발칸반도의 가난한 목동과 농민들이 장수하는 삶을 보고 “공기가 청정한 지역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매일 노동을 하고 미지근한 물에 목욕하고 술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소박하게 먹으며 검소하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언급을 하였다. 또한 인체 대장에 번식하는 박테리아가 자가중독을 유발하여 노화가 초래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인간의 수명이 120세를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로 인해 결장제거수술이 권장되어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받았다. 유해한 박테리아는 알칼리성 환경에서 서식하므로 산을 분비하는 박테리아를 주입하여 중화하면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불가리아 목동들이 자주 마시는 시큼한 요구르트에서 젖산을 생성하는 균을 발견하여 불가리아간균(Bacillus Vulgaris)이라고 명명하고 활용을 권장하였다. 백세인 비율이 미국은 10만명당 1인인데 비하여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은 2000명당 1인이라는 수치를 제공하며 요구르트 사용에 의한 장수효과를 강조하였다. 학자로서의 명성과 단호한 주장으로 그의 이론은 수명연장의 학설로 영향을 크게 미쳤지만 몇 가지 요인에 의하여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첫째, 메치니코프 자신이 스스로 개발한 장수식단은 날것에는 장에 위험한 미생물이 많기 때문에 과일도 먹지 않고 오로지 조리한 음식만 먹는다고 큰소리쳤는데 71세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사망하였다. 요구르트를 먹는 식생활로 본인이 140세까지 장수한다고 주장한 것이 백지가 되어버렸다. 둘째, 목동들의 장수통계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통적으로 불가리아는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이 모두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여 인구통계 조사원들이 사망자와 생존자를 혼동하는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메치니코프가 주장한 불가리아인의 장수는 전적으로 허위로 밝혀졌다. 셋째, 불가리아간균이 대장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위를 통과하면서 모두 죽어버린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 효용성이 의심받게 되었다. 그러나 요구르트 논쟁은 최근에는 장내세균의 새로운 역할이 부각되고 활성균이 발견되면서 건강기능성 식품으로 분류되어 다시 산업적으로 부활하고 있으나, 어느 누구도 메치니코프처럼 박테리아를 통한 수명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일은 없게 되었다.

또 다른 불로초 식품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비타민이다. 20세기 초까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 세 가지 뿐이었는데 영국의 풍크(Cashimir Funk)가 1911년 각기병 유발에 관여하는 수용성 보조인자를 분리해 내어 비타민이라고 명명하였다. 이후 미국의 맥컬럼(Elmer McCollum)은 결핍되면 눈병을 유발하고 성장을 저해하는 물질을 분리하여 비타민A로 부르고 풍크박사의 비타민을 비타민B로 명명하였다. 이후 비타민C, D, E 등이 차례로 발견되면서 연구성과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더욱 식품가공과정에서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에 비타민섭취를 추가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고 경제대공황, 제1,2차 세계대전 등의 위기상황에서 영양보충을 위한 비타민 첨가 강화 식품들이 차례로 등장하였다. 모건(Agnes Fay Morgan)은 비타민 복합체의 어느 성분이 부족하면 실험용 쥐의 털이 하얗게 변해 버림을 관찰하였고, 엔스버커(Stefan Ansbacher)는 그 성분이 바로 PABA(para-aminobenzoic acid)라고 하여 회춘의 샘 성분을 찾았다고 파문을 일으켰다. 또한 대항해 시대 수많은 선원들이 괴혈병에 의해 사망하게 되지만 레몬쥬스나 신선한 채소에 의하여 치유될 수 있음이 밝혀졌고, 이를 항가리의 게오르기(Szent-Györgyi)박사가 추출하여 아스코르빈산(a+scurvy)이라고 불렀고 이후 비타민C라고 명명되었다. 비타민C는 생체대사에 중요한 보조인자로 기능하며 면역세포에 농축되어 식균작용과 사이토카인 생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차례로 밝혀졌다. 더욱 식물에 다량 함유해있고 수용성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인 항산화기능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생리물질로 관심을 끌었다. 또한 열에 취약한 성상 때문에 신선한 재료와 생식을 주장하는 집단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비타민C는 당대 최고 석학으로 존경을 받던 폴링(Linus Pauling)박사가 ”비타민C와 감기, 독감”, “비타민C와 암” “기분이 더 좋아지고 장수하는 법” 등의 저서를 통해 건강장수를 위해 비타민C고용량 요법을 추천하고, 스스로 매일 12,000mg을 복용한다고 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대규모의 역학조사가 추진되었으나 기대했던 효과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비타민이 질병을 예방하고 생리기능을 보완하고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비타마니아(Vitamania)가 되어가고 있다. 요구르트뿐 아니라 일반 비타민이나 비타민C의 경우도 모두 노벨상을 수상한 석학들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의학적 검정을 하지 않고 권장하게 됨에 따라 일반인에게 얼마나 많은 파문이 일게 되었는가 되새겨 보아야 한다. 구루들의 검정되지 않은 발언은 일반인에게는 그대로 신화가 되어 파급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