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라도 데려가세요" 생명 경시하는 온라인 중고마켓

2020-10-19 00:10

[사진=연합뉴스]


유명 중고 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반려동물을 무료로 나눠주고, 심지어 생후 5일 된 아기의 입양을 추진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거래문화가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중고 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에 '36주 아이 20만원에 입양 보낸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린 미혼모 A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A씨는 아기 아빠가 없는 상태로 아이를 낳은 후 미혼모센터에서 아기를 입양을 보내는 절차 상담을 받게 돼 화가 났다. 그래서 해당 글을 올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글을 올린 직후 바로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계정도 탈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36주라고 주장한 아이는 실제로는 지난 13일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유관 기관의 협조를 얻어 영아와 산모를 지원해 줄 방안을 찾고 있다. 

당근마켓은 '우리동네 중고 직거래'를 연결해주는 핵심 서비스로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며 매월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운영정책에 어긋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고 있다.

◆고액 장사부터 교배상대 찾기까지 넘치는 황당 사례
 

[사진=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 운영정책에 따르면 주류·담배, 의약품·의료기기, 반려동물(무료분양, 열대어 포함)은 판매금지 항목에 들어간다.

당근마켓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판매금지 품목을 잡아내고 있지만, 반려동물 용품 카테고리에 교묘하게 분양글을 올리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상당수가 "딸아이가 알레르기가 있다",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임신해 못 키우게 됐다", "형편이 안돼 보내야 한다" 등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 구구절절한 사연의 무료분양 글을 올렸다.

일부는 고급 품종임을 강조하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로 분양가를 책정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교배할 또 다른 반려동물을 찾는 황당한 글도 있었다. 해당 이용자는 "중성화하기가 미안해 남편을 찾는다"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들은 "새끼를 낳으면 입양 보내기 힘들 테니 중성화 시키시라"고 쓴소리를 남겼다.

◆이용자들 신고 독려하지만...일각선 "길에 내몰릴까 걱정"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당근마켓의 자체 검열만으로는 한계가 있자 이용자들은 자율적으로 반려동물 분양글에 대한 즉각적인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반려동물 분양글을 집중적으로 신고한 경험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살아있는 생명을 물건과 함께 덤처럼 판매하는 해위에 분노한다", "생명에 가격을 책정했다는 게 말이 되나", "말 못 하는 동물을 우습게 보는 거냐" 등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댓글이 달렸다.

한편으로는 "신고하는 순간 아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릴까 걱정이다", "신고하면 글 바로 삭제돼서 버림받을 듯" 신중한 신고를 당부하는 글들도 있었다. 

실제 한 이용자는 '제발 게시글 신고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제주도 오일장 인근에서 살고있는 유기견 8마리의 사연을 올렸다.

해당 이용자는 "생명을 거래하는 글이 불법 인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라도 안 한다면 이 강아지들은 갈 데가 없다"며 "지역카페에선 믹스아이들에겐 관심조차 없다. 그나마 당근마켓에서 세 아이를 입양 보냈다. 게시글이 삭제돼 다시 올리니 너그러이 봐 달라"고 호소했다. 

국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는 약 15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려가구 1000만 시대가 열린지 불과 몇 년 만에 반려가구 추정치가 500만이나 급증한 셈이다.

하지만 반려가구의 증가만큼 유기동물의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유기동물 통계 자료를 제공하는 '포인핸드' 사이트에 따르면 유기동물의 수는 2017년 10만1076마리, 2018년 11만8769마리, 2019년 13만3662마리로 최근 3년간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 중 30프로에 달하는 유기동물이 입양자를 찾지 못해 안락사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