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 佛대사 "K-방역 참고해 재봉쇄 막는다"...코로나 '전화위복' 꾀하는 프랑스

2020-10-16 18:41
"2차봉쇄 피하는 프랑스식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K-방역, 프랑스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한 참고 자료"

#."프랑스는 절대적으로 제2차 봉쇄를 막고자 한다. 경제에는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면서도 한국과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려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보건위기 탈출이 제1전략이지만, 동시에 이번 사태를 프랑스 경제가 완전히 탈바꿈하는 지렛대로 삼길 원한다. 프랑스의 핵심 과제는 '경기 부양'에 있다."
 

16일 서울 서대문구 합동 소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 중인 필립 르포르 한국 주재 프랑스대사.[사진=주한 프랑스대사관 제공]


16일 오전 필립 르포르 한국 주재 프랑스대사가 서울 서대문구 합동 소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주재한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 르포르 대사는 △코로나19 재유행세에 따른 비상사태 선포 △자국 내 이슬람 분리주의 세력 대응 방안 △프랑스 경제 복구 계획(France Relance·프랑스 재개) 등의 프랑스 현안과 관련해 약 2시간 동안 심도 깊은 해설을 제공했다.
 
"프랑스판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재봉쇄 피한 대신 제한 강도 높여

르포르 대사는 전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사태에 대해 "그간 전문가들이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화했다"면서 "한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했던 것과 같이 대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강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 거주하는 친구들을 통해 받은 우선적인 반응은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오히려 안심한다는 점"이라면서 "프랑스 정부가 어떤 경우에도 2차 봉쇄령을 절대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프랑스의 코로나19 재확산세는 완연한 상태다. 지난 3~4월 두 달간의 봉쇄 이후 200명 아래까지 줄었던 일일 확진자 수는 9월경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이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4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최소 4주 동안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기간 파리와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9개 지역에선 오후 9시~새벽6시까지 통행 금지와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를 시행하고, 6명을 넘어서는 공·사적 모임도 금지한다. 경제 충격을 고려해 전면 봉쇄령은 피했지만, 강도 높은 제한 조치로 유행세를 확실히 잡는 다는 계획이다.

15일까지 프랑스에서는 80만9684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고 3만3125명이 사망했다. 3월 1차 유행 상황 당시 7일 평균 4500명 수준이던 신규 확진자 규모는 현재 1만9000명대까지 올라선 상태다.

일일 최고 확진자 기록도 이달에만 벌써 두 차례(10일 2만6896명·15일 3만621명)나 경신했다. 앞선 1차 유행 당시에는 지난 3월31일 하루 동안 757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던 것이 최고치였다. 다만, 지난 4월 1000명대까지 치솟았던 사망자 수는 현재 100명 아래로 안정된 상황이다.

앞서 두 달간의 봉쇄령으로 이미 1분기와 2분기 프랑스는 각각 -5.9%와 -13.8%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2차 봉쇄에 돌입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르포르 대사는 "물론,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6명 이상 모이지 못하는 데 출퇴근을 하며 수천명이 오가는 지하철역을 지나야 하는 등 일각에선 비논리적인 대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의 안전조치가 있을 순 없겠지만, 100%의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0%보다는 50%가 나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근절할 순 없어도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재생산지수를 0에 수렴하도록 전파 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미 확실한 성공을 거둔 한국의 방역정책 방향을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방역, 프랑스 코로나19 방역에 중요한 참고 자료"

이날 르포르 대사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에 대한 프랑스 내부의 시각도 전했다.

그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한국의 방역대책은 훌륭했고, 한국의 능력과 위상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라면서 "K-방역은 프랑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레퍼런스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질병관리청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이 신속하게 기능하는 조직력 △꼼꼼한 동선 추적 등 역학조사 역량 △원활하고 신속했던 마스크 공급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마스크 착용 태도 등 3가지 부분을 높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르포르 대사는 파스퇴르 연구소 국제 네트워크(IPIN)를 중심으로 한불 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 교류를 강화해 빠른 시일에 좋은 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IPIN은 세계 최초로 백신 개발에 성공했던 루이 파스퇴르를 기념하기 위한 의학 연구소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등 25개국에 설치된 32개 파스퇴르 연구소가 교류한다.
 

필립 르포르 한국 주재 프랑스대사.[사진=최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