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동개혁] ②재벌개혁 이어 김종인이 건드린 노동계 ‘역린’

2020-10-16 08:00
지난 5일 첫 발언 후 밑그림 속도…정의당 대표와 ‘정책 대담’까지
선거 앞둔 민주당, 노동계 의식…이낙연 대표 “노동자에 매우 가혹”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공정경제 3법’ 통과와 함께 노동개혁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경제민주화 등 경제 이슈에 대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김 비대위원장이 재벌개혁에 이어 노동개혁을 화두로 던진 것이다.

제1야당의 대표격인 만큼 정치적인 포석도 깔려 있을 수는 있지만, 해묵은 노동계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첫 언급 이후 진보정당인 정의당과의 논의 등을 거치면서 점차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현판식을 한 여의도 소재 국민의힘 새 당사에서 열린 첫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정경제 3법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노동법도 함께 개편해 달라는 걸 정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산업 구조가 개편되고 사회 여러 현상이 변화해야 하는데, 노동법이 성역시돼 왔다”며 “노동법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4차 산업 전환 과정에서 엄청난 마찰이 예상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민생 대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가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아무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줬고, 이번에 2차 지원금을 준다고 얘기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정부 예상처럼 짧은 기간에 끝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곧바로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 출신인 임이자 의원을 당내 노동관계법 개정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내정하고 개정안 마련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를 마치고 TF 구성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TF에서는 노동과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문제와 관련, 주52시간 노동제는 물론 고용유연성과 임금유연성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해고자 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 등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문제와 관련, 경영계에서 사측의 방어권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법 개정 문제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가 예방한 자리에서 ‘노동정책 대담’을 펼치며 주목도를 끌어올렸다.

김 대표가 “노동이사제, 사회안전망 강화, 산별 노동조합 가입 등을 해주면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는데 안 나온다”고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노동관계법 전반을 검토하자면 자연적으로 그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적 결단을 안 하면 (비정규직 문제를) 절대 해결하지 못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민주당이 진보정당을 지향한다고 맨날 얘기하고 의석도 180석이나 확보했기에 보통 때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래서 공정경제 3법뿐 아니라 노동관계법 처리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정의당에서 앞장서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단 유보적인 입장이다. 당장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기반 중 하나인 양대노총 등 노동계와 거리를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이런 시기에 해고를 자유롭게, 임금을 유연하게 하자는 메시지는 노동자에게 매우 가혹하다”고 했다.

더구나 이 대표는 기업규제 3법 처리를 경제 정상화 이후로 미뤄 달라는 재계의 요구에 거부하며 친노조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과의 만남에서 “공정경제 3법(기업규제 3법의 민주당식 표현)은 오래된 현안이고 우리 기업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지난 8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이) 180석 거대 의석을 지금 갖고 있지 않나. 그런 거대 의석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면서 “나라의 미래를 맡겠다고 하시는 분 말씀으로는 좀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선 “잘못 생각해서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라는데 쉬운 해고가 아니라 쉬운 고용”이라며 “독일이든 네덜란드 등은 경제가 침체했을 때 노동개혁에 성공해 경제 활력을 만들었다. 성공한 노동 개혁이 진보 정부일 때 추진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