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이에 낀 韓… 강해지는 반중감정 우려 돼"

2020-10-15 18:29
제8회 한중 공공외교 연구 포럼

15일 서울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중 공공외교 연구 포럼 [사진=소천상 기자]

“’사드 배치 논란’과 같은 사례가 다시 반복돼선 안 된다. 한·중 관계에 충격을 주는 주변 환경에 대해 한국은 냉정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위훙쥔 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강해지는 점은 우려스럽다. 이는 한국이 중국에 대한 입장을 선택하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시형 전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15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8회 한중 공공외교 연구 포럼’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깊어진 고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자리였다. 이날 참석한 양국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경쟁 환경에서 한국의 선택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였다. 다만 양국이 교류와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한중 공공외교 현황과 평가’를 주제로 열린 특별세션에서 위훙쥔 전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중 관계는 빠르게 가까워졌다”며 “하지만 양국 관계의 개선 추세가 역내외의 부정적 영향으로 안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에 ‘차이나 패싱’ 전략에 동참하라고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겨냥한 발언이다.

위 전 부부장은 “미국 측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길 원하며, 포스트 아베 시대의 한·미·일 관계도 큰 변화 앞에 놓여있다”며 “게다가 한반도 정책, 대만·남중국해 갈등 등 여러 상황이 한·중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 전 부부장은 “이런 환경에서 한국과 중국은 냉정한 태도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5가지를 제안했다.  △양국의 고위급 상호 교류의 양적·질적 확대 △미국 움직임에 대한 경계 강화 △경제·금융·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강화 △문화·스포츠 교류 강화와 상호 관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 관리 △한반도 비핵화 입장 고수가 그것이다.

위 전 부부장은 “사드 사태와 같은 문제가 재발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미국의 ‘쿼드(인도·태평양 지역안보협의체) 플러스’ 전략을 경계함과 동시에 한·중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시형 전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대사이자, 전 한국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중 관계가 긴장 국면을 치달으면서 첨예해지고 있는 한국 내 상반된 견해에 대해 우려했다.

이 전 대사는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총영사를 발령하고, 외국인 유입을 완전히 차단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는 전염병을 이웃 국가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원칙이자, 이웃국인 중국을 배려한 상징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한국이 중국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이 전 대사는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에서 강해지고 있는 반중 감정은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 상황에 놓일 경우 무시할 수 없는 점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이 전 대사는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 중국에 대한 한국의 우호적 시각은 66대31 정도의 비율로 높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75대24의 비율로 부정적 시각이 높아졌다”며 “이는 주요 서방 국가들에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견해는 한국 정부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여건이라고 생각하며, 양국이 공동 이익을 달성하려면 이와 관련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전 대사는 “양국의 정례적 교류 채널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이 같은 논의가 심도 깊게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와 중국 지린대 공공외교학원이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한국 외교부가 후원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과 창춘의 화상 연결로 진행됐으며, 특별세션 외에도 ‘한중 방역경험과 동북아 협력’, ‘코로나19와 한중 공공외교의 새로운 모색’등을 주제로 1,2세션이 열렸다.

한국 측은 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았으며 장재복 공공외교대사가 축사를 했다. 중국 측은 류더빈 지린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이 사회를 맡았고, 차이리둥 지린대 부총장이 축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