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면역력이 생겼다" 트럼프의 발언 진짜? 가짜?

2020-10-16 00:04

[사진=AP &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코로나19에 걸렸지만 이겨냈다. 면역력이 생겼다고 한다. 나는 힘이 넘친다고 느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열흘 만에 완치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이하 현지시간) 노마스크 차림으로 유세 현장에 나타나 한 말이다. 전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백악관 의료진들이 증상이 완벽히 사라졌음을 확인해줬다. (난 이제 코로나19에) 걸릴 수도 없고,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없다"라는 글을 올리며 면역력이 생겼다고 자신했다. 

진짜 한 번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은 면역력이 생길까? 

정답은 아니다.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아도 재감염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완전한 면역력은 생길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네덜란드에 사는 한 80대 여성은 올해 초 기침과 열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증상이 사라지면서 5일 뒤 퇴원했다. 하지만 두 달 후 발열, 기침, 호흡 곤란 등 증세가 나타나 검사를 받자 또다시 양성이 나왔다. 재입원한 후 4, 6일째 실시한 혈액 검사에서 항체가 발견되지 않았고, 입원 8일 만에 병세가 악화돼 2주 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재감염 후 사망한 첫 사례다. 

이처럼 재감염 사례는 한국은 물론 미국 홍콩 등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재감염된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첫 번째 감염과 두 번째 감염 바이러스 유전적 사례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첫 번째 바이러스가 살아남아 재감염된 것이 아니라 유전적 계통이 다른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됐다는 것이다. 

의학 학술지 '랜싯 감염병'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원들은 "재감염이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전에 코로나19에 노출됐다고 해서 반드시 완전한 면역력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질병관리청장) 본부장도 지난달 진행된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보통 감기를 일으키는 일반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독감)처럼 바이러스가 일부 변이하고, 그런 경우에는 재감염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면역이 평생 유지되지 않아 반복적으로 감염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감염됐던 사람에게 면역력이 생긴다고 믿는 트럼프 정부는 집단면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면역이란 구성원들이 바이러스에 서서히 감염돼 사회 전체적으로 면역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이를 옹호하는 전염병 전문가와 회의를 진행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코로나가 어떤 병인지도 잘 모르고, 세계인의 대다수가 코로나에 예민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걸리게 놔두자는 것은 비윤리적이다.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별다른 방역 조치 없이 집단면역을 택하면 8억 명 정도가 감염될 수 있다고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예측했다. 또한 보건 싱크탱크 '액세스 헬스 인터내셔널' 윌리엄 해즐틴 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집단면역을 말하는 이들로부터 조언받고 있어 극도로 우려된다"며 집단면역을 대량살상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