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노인] ① 일자리·여가생활 모두 '스톱'… 치매 증가 우려까지

2020-10-14 08: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새로운 일상이 '뉴 노멀'로 자리잡았다.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규모 모임은 되도록 자제한다.

다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고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더 가혹하게 느껴진다.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가 아닌 생계와 직결되기도 한다. 일자리를 잃고, 여가시간을 보내는 복지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노인들은 점차 고립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현황과 생활 변화에 따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UN은 지난 5월 발간한 '코로나19와 노인인권 정책 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이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요양시설에서의 방치, 빈곤과 실업의 증가, 정신 건강 악영향 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봤다.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가 제주지역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지난 5월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한국 노인들은 일상생활의 변화 중 경제활동 중단, 소득 감소와 같은 경제적 변화를 가장 많이 언급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서도 일자리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반영됐다. 5월 조사에서 고령층 미취업자수는 전년 대비 27만3000명 증가했는데 이는 고령층이 주로 근무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건설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가시설도 대부분 운영을 중단했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복지시설인 경로당과 노인복지관은 휴관을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19가 2차 대확산한 8월 이후 경로당과 복지관은 대부분 휴관했다.

돌봄에서도 공백은 발생했다. 방문돌봄은 전화 등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됐고, 요양보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걱정과 고립감은 '코로나 블루(우울감)'로 이어진다. 서울시 강동구의 '포스트 코로나 대응 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울척도 11개 문항에서 60대 남성(20.6점)과 70대 여성(19.6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조사는 16점 이상이면 우울증 의심 상태다.

보고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한 8월 중순 이전의 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노인들의 코로나블루 증상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며 "노인들의 우울감 증가가 치매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