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교수 “코로나가 바뀐 것은 트렌드 방향 아닌 속도”

2020-10-13 14:40
‘트렌드 코리아’ 발간...‘브이노믹스’· ‘거침없이 피보팅’·‘자본주의 키즈’

 

‘트렌드 코리아‘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 [사진=미래의창 제공]


“코로나19로 바뀐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닌 속도입니다.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강한 트렌드는 더욱 강하게, 약한 트렌드는 더욱 약해질 것입니다.”

2008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를 펴낸 김난도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이후 세상에 대해 전망했다.

김 교수는 13일 열린 ‘트렌드 코리아 2021’ 출간 기념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많은 분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현재 상황을 궁금해 했다”며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을 평소보다 일찍 선보이게 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바뀐 것은 트렌드의 방향이 아닌 속도라는 점을 김 교수는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새로 등장한 트렌드 중에서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가 언급하지 못했던, 깜짝 놀랄 만큼 새로운 키워드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금은 많이 사용해 친숙해진 비대면을 뜻하는 ‘언택트’(Untact) 역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처음 명명했다.

미래를 전망하는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10가지 트렌드를 꼽는다. 2021년 가장 먼저 꼽은 트렌드는 ‘브이노믹스’(V-nomics)다. 바이러스(virus)의 V에서 출발한 단어로 ‘바이러스가 바꿔놓은, 그리고 바꾸게 될 경제’라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상황은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대면성의 정도, 대체재의 존재 여부, 기존 트렌드와 얼마나 부합하느냐를 기준으로 업종별 성장곡선을 예측했다.

김 교수는 “국내 경기는 전반적으로 K자형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양극화를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업종별로 V·U·W·S·역V 등 다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여행과 화상 커뮤니케이션, 홈웨어 시장은 역V자형, 비대면 성향이 높고 기존 트렌드와 부합하는 온라인 쇼핑과 캠핑, 호캉스, 배달 등은 코로나 이후에도 더욱 성장이 가속화되는 S자형으로 분류됐다.

김 교수는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은 화면 보다는 실제 공연장에서 봤을 때 감동이 크다. V자를 그릴 가능성이 높다”며 “극장 같은 경우에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계속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W자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빨라진 속도를 따라잡는 것이 중요해졌다. ‘트렌드 코리아’는 ‘거침없이 피보팅’을 또 하나의 핵심어로 꼽았다. 농구에서 한 발을 고정한 채 움직이는 피봇에서 나온 단어다. ‘스타트업’에서는 성장하면서 비지니스 모델을 계속 바꿔나간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김 교수는 “요즘에는 동네 PC방에서 음식을 배송한다. 컴퓨터 속도보다는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판매하느냐가 중요하다”며 “호텔로 아침에 출근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래의 집은 단순히 집의 역할을 넘어 사람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소비에 대한 욕망에 솔직한 ‘자본주의 키즈’도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다. 김 교수는 “최근 있었던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논란은 ‘자본주의 키즈’의 광고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며 “그들은 광고라고 말하면 이를 긍정적으로 즐기는 세대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젊은 골프 인구 증가를 예로 들며 ‘#오하운: 오늘하루운동’이 늘어나고 롤러코스터 타듯이 즐기는 삶인 ‘롤코라이프’가 퍼져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인과의 공유와 비교를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는다는 ‘레이블링 게임’과 중고 용품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두는 ‘N차 신상’도 등장했다. 김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비대면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탐구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 진단에 열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트렌드로는 ‘휴먼 터치’(Human touch)를 꼽았다. 비대면 사회이지만 여전히 사람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휴먼터치는 언택트 기술을 보완할 수 있다. 살면서 중요한 ‘진실의 순간’을 만드는 힘은 여전히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짚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윌리엄 어빈 미국 라이트주립대 철학과 교수의 말을 전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을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