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 문서 표준화"…경기도의 '탈HWP' 선언, 3년전 행안부와 차이점은?
2020-10-13 13:15
도·산하기관 특정SW 종속 없는 포맷으로 문서 표준화
검색·가공·국민편의 위한 '머신 리더블' 문서 생산 초점
추진 범위·지속성 약했던 행안부 대비 체감효과 클 듯
검색·가공·국민편의 위한 '머신 리더블' 문서 생산 초점
추진 범위·지속성 약했던 행안부 대비 체감효과 클 듯
경기도가 이달부터 공공기관 업무용 문서 형식 주류인 '한글(HWP)' 포맷 퇴출에 나선다. 오는 2022년까지 특정 소프트웨어(SW)에 종속되지 않은 국제표준 문서 형식 '오픈도큐먼트텍스트(ODT)'로 업무환경을 표준화한다.
이번 경기도의 문서 포맷 표준화 정책은 행정안전부가 3년 전부터 중앙정부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공문서 원문 작성 포맷 표준화'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후 행안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부처가 적어, 국민 체감 효과가 미미했다.
또 행안부의 HWP 퇴출은 모든 공공기관 문서가 아니라 결재(기안)문서에 한정됐다. 공공부문 사업·정책 내용을 포함하는 참조(첨부) 문서는 여전히 특정 SW에 종속된 문서 형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HWP 퇴출은 그보다 광범위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경기도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문서에는 이달부터 도지사 연설문 등을 ODT 문서로 제공하며 문서 포맷 표준화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이 도지사는 "클라우드 시대의 웹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오픈SW 도입을 확대해 2022년까지 디지털 문서의 표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도 홈페이지, 산하기관 웹서비스 첨부문서에 ODT·PDF 포맷을 사용하고 이를 순차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핵심은 '기계에도 읽히는(machine readable)' 문서 생산이다. 이 도지사는 경기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문서의 포맷이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아 기계가 읽기 어렵고, 이는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13일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machine readable은 일단 '검색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다른 형태로 가공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부터 HWP는 검색이 안 됐고 PDF파일도 내용이 이미지로 바뀌어 검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ODT는 그냥 텍스트 파일이기 때문에 원하는만큼 검색과 가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문서 파일의 검색과 가공이 가능해지면 그 정보를 다른 온라인 서비스,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계하기도 수월해진다. 범용 서비스나 새로운 기술과 만나 그 내용이 다양한 일반 국민에게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공부문의 ODT 도입을 경기도가 처음 추진하는 건 아니다. 행안부는 지난 2017년 10월 행안부·소방청에 이어 21개 중앙부처와 5개 지자체가 클라우드 기반의 부처통합 행정문서관리시스템 '온-나라 문서2.0'을 쓰게 된다고 발표했다. 온-나라 문서2.0 도입 공공기관들이 공문서를 ODT 포맷으로 생산, 관리하면 특정 SW 종속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만큼 정부의 HWP 문서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공공기관이 웹사이트 등에서 배포하는 문서나 각종 민원 서식 등을 다루기 위해 HWP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행안부 정책이 전체 정부부처와 지자체로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당초 ODT 도입 범위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ODT 포맷 전환을 목표로 한 대상은 일반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정부의 대국민 발표 자료나 공공기관 민원서식, 신청서류 양식 등이 아니었다. 공공기관이 행정업무를 계획하고 처리할 때 작성하고 보존하는 '공문서'를 HWP 대신 ODT 문서로 생산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 공문서에 '붙임'으로 묶이는 첨부문서는 여전히 HWP 등이 쓰였다.
일부 부처는 결재용 공문서 외에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있는 내용을 ODT 문서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전 공공기관에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 학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도자료같은 문서를 ODT로 함께 배포하고 있지만, 그간 정부가 ODT 표준화를 지속 추진하진 않았다"며 "당초 의지는 있었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업무보고 문건에 따르면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에 포함된 '문서 표준화'는 행정업무용 공문서에 한정되지 않는다. 추진배경에 "각종 공공문서를 유통할 때 특정 SW에 종속돼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도민의 편의성 증진을 위해 개방형 문서를 제공"한다고 밝혀, 도·산하기관이 작성하는 대국민 문서에 HWP 포맷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서 표준화를 위해 경기도 홍보미디어담당관은 '열린도지사실' 홈페이지 연설문을 ODT 문서로 등록하고 '바로보기' 기능을 지원하고, 정보통신보안담당관은 ODT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온-나라 문서2.0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도지사는 "이미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입찰공고처럼 채용 등 주요 정보 역시 2021년부터 표준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하겠다"며 "이를 활용하면 민간 구직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가능하고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맞춤형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대비 경기도의 ODT 표준화는 국민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일반 국민들에게 HWP 등 특정 SW 사용을 요구하던 민원·신청 서식과 공공 안내문의 디지털 파일도 ODT 포맷으로 변환해 제공하거나, 아예 문서 형식을 버리고 표준 웹 환경에서 정보 입력과 제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 정책에 따라 경기도에선 HWP 포맷 문서 작성을 위한 대표적 SW인 한컴오피스의 사용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여전히 HWP 포맷을 사용하는 한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이 당장 퇴출되진 않을 전망이다.
이번 경기도의 문서 포맷 표준화 정책은 행정안전부가 3년 전부터 중앙정부부처 차원에서 추진한 '공문서 원문 작성 포맷 표준화' 정책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후 행안부의 정책에 호응하는 부처가 적어, 국민 체감 효과가 미미했다.
또 행안부의 HWP 퇴출은 모든 공공기관 문서가 아니라 결재(기안)문서에 한정됐다. 공공부문 사업·정책 내용을 포함하는 참조(첨부) 문서는 여전히 특정 SW에 종속된 문서 형식을 사용할 수 있었다. 경기도의 HWP 퇴출은 그보다 광범위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경기도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문서에는 이달부터 도지사 연설문 등을 ODT 문서로 제공하며 문서 포맷 표준화를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이 도지사는 "클라우드 시대의 웹문서 작성 프로그램과 오픈SW 도입을 확대해 2022년까지 디지털 문서의 표준화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도 홈페이지, 산하기관 웹서비스 첨부문서에 ODT·PDF 포맷을 사용하고 이를 순차 확대한다고 예고했다.
핵심은 '기계에도 읽히는(machine readable)' 문서 생산이다. 이 도지사는 경기도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문서의 포맷이 다른 프로그램과 호환되지 않아 기계가 읽기 어렵고, 이는 정보와 지식의 공유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13일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machine readable은 일단 '검색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다른 형태로 가공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부터 HWP는 검색이 안 됐고 PDF파일도 내용이 이미지로 바뀌어 검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ODT는 그냥 텍스트 파일이기 때문에 원하는만큼 검색과 가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문서 파일의 검색과 가공이 가능해지면 그 정보를 다른 온라인 서비스,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계하기도 수월해진다. 범용 서비스나 새로운 기술과 만나 그 내용이 다양한 일반 국민에게 더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3년전 추진된 행안부 유사 정책 한계
공공부문의 ODT 도입을 경기도가 처음 추진하는 건 아니다. 행안부는 지난 2017년 10월 행안부·소방청에 이어 21개 중앙부처와 5개 지자체가 클라우드 기반의 부처통합 행정문서관리시스템 '온-나라 문서2.0'을 쓰게 된다고 발표했다. 온-나라 문서2.0 도입 공공기관들이 공문서를 ODT 포맷으로 생산, 관리하면 특정 SW 종속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후 3년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만큼 정부의 HWP 문서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공공기관이 웹사이트 등에서 배포하는 문서나 각종 민원 서식 등을 다루기 위해 HWP 문서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이는 행안부 정책이 전체 정부부처와 지자체로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고, 당초 ODT 도입 범위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ODT 포맷 전환을 목표로 한 대상은 일반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정부의 대국민 발표 자료나 공공기관 민원서식, 신청서류 양식 등이 아니었다. 공공기관이 행정업무를 계획하고 처리할 때 작성하고 보존하는 '공문서'를 HWP 대신 ODT 문서로 생산한다는 내용이 중심이었다. 이 공문서에 '붙임'으로 묶이는 첨부문서는 여전히 HWP 등이 쓰였다.
일부 부처는 결재용 공문서 외에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있는 내용을 ODT 문서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전 공공기관에 보편화되지 않았다. 이 학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보도자료같은 문서를 ODT로 함께 배포하고 있지만, 그간 정부가 ODT 표준화를 지속 추진하진 않았다"며 "당초 의지는 있었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경기도 ODT 표준화는 어떻게 추진되나
경기도 업무보고 문건에 따르면 디지털 표준화 추진 계획에 포함된 '문서 표준화'는 행정업무용 공문서에 한정되지 않는다. 추진배경에 "각종 공공문서를 유통할 때 특정 SW에 종속돼 공공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도민의 편의성 증진을 위해 개방형 문서를 제공"한다고 밝혀, 도·산하기관이 작성하는 대국민 문서에 HWP 포맷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서 표준화를 위해 경기도 홍보미디어담당관은 '열린도지사실' 홈페이지 연설문을 ODT 문서로 등록하고 '바로보기' 기능을 지원하고, 정보통신보안담당관은 ODT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온-나라 문서2.0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도지사는 "이미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제공하고 있는 입찰공고처럼 채용 등 주요 정보 역시 2021년부터 표준 데이터 형식으로 제공하겠다"며 "이를 활용하면 민간 구직 사이트에서도 검색이 가능하고 원하는 정보를 알려주는 맞춤형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대비 경기도의 ODT 표준화는 국민체감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다만 이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일반 국민들에게 HWP 등 특정 SW 사용을 요구하던 민원·신청 서식과 공공 안내문의 디지털 파일도 ODT 포맷으로 변환해 제공하거나, 아예 문서 형식을 버리고 표준 웹 환경에서 정보 입력과 제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 정책에 따라 경기도에선 HWP 포맷 문서 작성을 위한 대표적 SW인 한컴오피스의 사용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공공기관과 지자체에서 여전히 HWP 포맷을 사용하는 한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이 당장 퇴출되진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