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잎 찢으면 아파요"...농진청 인간-식물 교감 처음 확인

2020-10-13 11:42
식물에 해 끼친 사람 입김 닿으면 화학언어물질 23% 증가

사람이 식물 잎을 찢고, 가지를 꺾는 등 해를 끼칠 경우 해당 식물은 화학물질 배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반응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식물과 곤충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해외 사례는 있지만, 국내 연구진이 식물과 인간 사이의 화학 반응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진흥청은 식물이 인간 행동에 대해 기체 화학물질을 통해 반응하는 현상을 포착하고 인간과 식물의 교감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농진청 연구진은 어린 식물을 20분간 짓이겨 죽인 사람의 입김을 받은 뒤 죽은 식물의 동료 식물이 있는 유리 공간에 넣어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 변화량과 관련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식물에 해를 끼친 사람에게서 받은 입김을 처리했을 때 일반 사람의 입김 처리 때보다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인 메틸자스몬네이트(MeJA)가 23% 증가했다.
 

연구진이 기체 화학물질을 통해 인간과 식물의 교감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사진=농촌진흥청]

식물은 초식동물이나 곤충이 자신에게 해를 가하면 위협에 처한 정보를 다른 식물과 화학물질로 주고받는다. 이때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물질을 '화학언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메틸자스몬네이트'다.

이 중 인간이 먹는 갯기름나물과 토종상추는 화학언어 물질 배출량이 각각 26.6%, 20.0% 증가해 화학언어를 통해 말을 잘하는 식물로 분류됐다.

연구진은 "반려식물이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람만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식물도 사람이 자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지 미워하지 않는지를 느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며 "실험 대상 식물은 새로 개발된 식물보다 야생종·토종 식물이 화학언어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기존 연구에 착안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명일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장은 "식물의 화학언어 물질을 정밀 분석해 사람과 반려식물 사이의 반응과 식물들 간의 해충을 쫓아내고 천적을 불러오는 동반식물 연구를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막연하게만 여겨온 인간과 식물의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최초의 논문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올해 7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기술우수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