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와이파이 통합관리센터 '활용률 9%'

2020-10-13 13:00
지자체 AP 2만5298개 중 2307개만 연동
와이파이 품질 제각각…"통합관리 난항"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신중부시장에서 KT 직원이 공공와이파이 품질 고도화를 위한 기기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공와이파이의 품질관리를 위해 구축한 '공공와이파이 통합관리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구축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3만여개의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통합관리가 기대됐지만, 실제 활용률은 9%에 그쳤다.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희용 의원(국민의힘)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무선접속장치(AP) 2만5298개 중 관리센터와 연동된 AP는 지난달 기준 2307개(약 9%)뿐이었다. 심지어 장비에 따라 연동되는 장애 정보도 서로 달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관리센터는 경기도 판교 기업지원허브센터 내 인공지능 네트워크 랩(AI Network Lab)에 구축됐다.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공공와이파이 관리 체계 및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졌다. 전국 공공와이파이의 40%(AP 기준)를 차지하는 지자체 물량의 장애·노후화 등을 관리해 품질 논란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운용에선 관리를 위한 AP 연동조차 미흡했다. 관리센터를 중심으로 정부-지자체 간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확립해 공공와이파이 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 측은 "관리센터와 지자체 AP 간 연동을 내년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공와이파이 품질은 지역에 따라 제각각이다. 지난 3월 24일부터 4월 11일까지 전국 14개 지자체, 52개 시설에서 진행된 공공와이파이 현장점검 결과 25%에 해당하는 13개 시설에서 고장이 적발됐다. 특히 서울은 6개 중 1개 시설에서만 공공와이파이가 작동했다.

정 의원은 "관리센터에서 모든 공공와이파이 AP의 장애 현황을 관리하고, 관련 주체가 접근·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산도 AP 구축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유지·보수에도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관리센터의 부실한 품질 관리에도 정부는 공공와이파이 수 늘리기에만 치중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까지 58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에 공공와이파이 5만9000개소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중복투자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이미 구축해 놓은 30만~40만개의 상용 와이파이를 전체 개방하는 것이 비용이나 관리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일각에선 관리센터가 지금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데 늘어나는 공공와이파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통신 복지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통신망은 구축 이후 관리(업데이트 등)가 더 중요하다"며 "예산이 많이 드는 일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