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中, 선전 앞세워 자신감 과시…시진핑도 간다

2020-10-12 15:30
5중전회 직전 선전행, 경제 활력 강조
인프라·금융·서비스 진입 문턱 낮춘다
디지털 위안화 시범구, 달러패권 도전
대만스파이 색출 주장, 반중세력 경고

올해 경제특구 지정 40주년을 맞은 광둥성 선전시 전경. [사진=신화통신]


중국이 경제특구 지정 40주년을 맞은 개혁·개방의 '성지' 선전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미국과의 갈등 격화와 대만·홍콩의 반중 정서 확대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적 활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에 선전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선전에 잠입한 대만 스파이를 색출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등 국가 안보 유지의 최일선이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우는 중이다.

◆시진핑, 2년 만에 선전행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4일 선전의 경제특구 지정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직접 참석한다.

시 주석이 선전을 찾는 것은 2018년 10월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선전 방문이 눈길을 끄는 건 26~29로 예정된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를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19기 5중전회에서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14차 5개년 계획(14·5 계획)이 논의되는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추진할 경제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는 자리라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시 주석은 이번 선전 방문길에 14·5 계획 관련 팁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기념식에 참석해 중요 연설을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의 압박과 코로나19 사태 등의 악재 속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활력은 쇠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개방 정책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선전은 지난 40년간 국내총생산(GDP) 1만4000배 증가라는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말 기준 1인당 GDP가 20만3000위안으로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다. 경제적 자신감을 대내외에 과시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中 사회주의 경제 상징으로 육성

선전의 경제특구 지정 40주년과 시 주석의 선전행에 발맞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판공청은 선전 업그레이드 방안을 내놨다.

지난해 8월 선전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 시범구'로 건설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구체안을 확정한 것이다.

우선 토지·노동·자본 등 생산 요소의 시장화 수준을 높인다. 이를 위해 △건설 용지 추가 확보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개혁 △혁신기업 자본 유치 지원 △기술 재산권 보호 및 빅데이터 거래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또 에너지·전기통신·운수 등 인프라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기업회생과 개인 파산 제도도 보완하기로 했다.

조건에 부합하는 외국인에 대해 R비자(중국이 필요로 하는 고급 인재 및 전문 인력) 발급을 확대하고, 국가 고시 응시 제한도 완화한다.

아울러 외자 기업의 온라인·모바일 결제 분야 진출을 허용하고, 선전 소재 대학의 설립·운영 자율권도 확대하기로 했다.

펑썬(彭森) 중국경제체제개혁연구회 회장은 "선전 개혁·개방의 재출발을 위한 당 중앙의 중요한 전략적 안배"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디지털 위안화 발행의 전진기지로 선전을 낙점했다.

이번에 발표된 방안에는 "선전을 디지털 위안화의 봉쇄식 테스트 지역으로 삼아 디지털 위안화 연구 개발 및 응용과 국제 협력을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 인민은행은 추첨을 통해 선전 시민 5만명에게 200위안(약 3만4000원)씩 총 1000만 위안(약 17억원)을 제공키로 했는데 191만명이 신청을 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사용 테스트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 수준을 높여 달러 패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홍콩·선전을 오가며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중국 안보 당국에 체포된 대만인 리멍쥐. [사진=CCTV 캡처 ]


◆스파이 색출 주장, 대만·홍콩 압박

중국신문망 등 주요 관영 매체는 이날 중국 국가안전국이 '천둥-2020' 작전을 벌여 대만의 스파이 활동 수백건을 색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를 통해 중국 내 대만 스파이 조직을 일소하고 국가 안보를 지켜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8월 선전에서 검거한 대만인 리멍쥐(李孟居)의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 매체들은 "리씨는 미국 유학 시절 대만 독립 단체에 가입했으며 홍콩 반중 시위를 지원하고 선전에 집결한 중국 무장경찰을 불법 촬영해 대만으로 넘겼다"고 전했다.

또 리씨의 배후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등 집권 민진당을 지목하며 "홍콩 불법 시위를 부추기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 발전을 파괴했다"고 맹비난했다.

광둥성 국가안전청의 한 간부는 "대만 독립 분자들은 홍콩의 자유·민주에 관심이 없다"며 "관심도와 인지도를 높여 자신들의 정치 자금을 확보하려는 술책"이라고 말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과 대만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을 비판한 데 대한 대응 같다"며 "대만과 홍콩이 반중 세력에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