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년 반만에 1140원대…속 태우는 수출中企

2020-10-12 19:00
위안화 강세 동조화…당분간 이어질 듯
환율 변동폭 커져 수출기업 타격 불가피

[사진=연합뉴스]


달러 대비 원화값이 지난해 상반기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하기 전 수준으로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년반 만에 1140원대로 낮아졌다.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위안회에 연동된 영향으로, 환율 하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세계 수출길이 막힌 가운데,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위안화 강세에 미·중 무역분쟁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환율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6.5원 내린 114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3.3원 내린 1150.0원에 개장한 후 줄곧 1147~1149원 선에서 등락하다 장 마감 직전 낙폭을 키워 1146원대까지 하락해 마감했다. 환율이 1150원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해 4월23일(1141.8원) 이후 약 1년반 만이다.

지난해 4월 초 1130원 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그무렵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며 5월 중순 1200원 선까지 치솟았고, 한·일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8월 중순 1222원대까지 올라섰다. 이후 1150원대까지 낮아졌으나, 올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올해 3월 1300원 부근까지 다시 급등한 뒤, 하향 안정화 곡선을 그려 왔다. 하지만 9월 이후 급격히 하락하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 전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최근 급락세를 나타내는 것은 위안화가 연일 강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2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거래일 대비 0.99% 내린 달러당 6.7126위안으로 고시했다. 앞서 인민은행은 지난 5월 29일 코로나19 충격으로 고시환율을 12년 만의 최고치인 7.1316위안까지 올렸는데, 약 4개월 만에 큰 폭으로 떨어트린 것이다. 홍콩 역외시장 위안화 환율은 이미 6.6위안대에 접어들며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 1130원선 갈까...수출기업 부담 불가피할 듯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하락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다. 중국 정부는 수출 주도 전략에서 내수 진작을 병행하는 '쌍순환' 경제발전 구도를 내놓으며 위안화 절상(고시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위안화 강세에 한몫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위안화가 6.5위안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흐름이 짙어진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원화와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0.86으로, 달러(0.66)보다 동조화 현상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에 1130원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경제는 불황인데 위안화 강세 영향으로 원화값만 급등해 국내 수출기업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으로선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12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1~10일 국내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9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8% 감소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현재의 환율 하락은 하향 안정화되는 수준으로 평가한다"면서도 "문제는 환율 하락 속도인데, 대기업의 경우 환율 하락에 대응할 시간이 있지만 중소기업일수록 환율 변동폭이 크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도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원화에 '거품'이 끼였다는 분석에서다. 원화 강세가 당장 외국인 수급에는 긍정적이나, 약세로 전환 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최근 외국인의 증권투자 동향에서도 파악된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8월 말일 1187.8원에서 9월 말일 1169.5원으로 20원 가까이 떨어졌으나, 외국인들은 9월 한달 동안 국내 주식을 2조50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