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안성우 한국프롭테크 의장 "부동산과 스타트업 잇는 가교 역할 할 것"

2020-10-12 08:00
한국프롭테크포럼, 국토부 인가 출범 1주년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프롭테크로 변화의 물결 맞을 것"

안성우 한국프롭테크협회 의장은 "프롭테크산업은 공급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매우 어렵게 한 걸음씩 떼고 있는 프롭테크 산업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달라"고 당부해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술만으로는 비즈니스가 불가능하다. 스타트 업계에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기술을 시현할 일종의 최소요건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 테스터마켓이 필요한데 포럼이 이런 현장을 제공하는 툴로 작동하고 있다."

안성우 한국프롭테크포럼 의장(직방 대표)은 포럼 공식 출범 1주년을 맞아 아주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포럼이 부동산 산업과 4차 산업혁명 기반의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포럼을 구상하고, 시작한 지 2년 만에 회원사수가 200곳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프롭테크 산업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과 갈증이 컸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은 안 의장이 지난 2018년 11월 비영리 임의단체로 출범해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아 비영리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출범 초기 26개 회원사로 출범했지만 매월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50여개씩 늘더니 2년 만에 210여곳을 돌파했다. 안 의장이 대표로 있는 부동산 중개플랫폼 직방을 비롯해 건축설계, 블록체인, 디벨로퍼, 시공사, 금융업, 통신업, 글로벌부동산컨설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참여하고 있다.

안 의장은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 프롭테크 산업의 태동이라면 최근에는 건축설계, 블록체인, 디벨로퍼 등 기술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면서 "서로 다른 문화, 연령대, 비전 등이 상이한 기업들이 교류하면서 아이디어, 기술, 인력 등에 대한 수평적 이동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혁신"이라고 했다. 

그는 "건설사들의 경우 기존에는 스타트업, IT분야에 투자를 하더라도 일회성에 그치거나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포럼에서 건설업과 스타트업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과거에 풀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기도 하고, 기업간 새로운 기술과 비전을 경험하면서 제휴, 투자 등도 부담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적 사례로 '엔젤스윙'을 들었다. 엔젤스윙은 드론을 통해 관악구 쪽방촌 지도를 만든 프롭테크 업체다. 지도에 나오지 않은 좁은 골목길, 비상소화장치함 및 CCTV 위치, 도로가 파손된 길 등을 일일이 파악해 쪽방촌 화재시 소방차가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경로지도를 제공했다. 이 기술이 베트남 등 해외 건설현장에서 활용되면 어떨까. 안 의장은 "많은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포럼에서 시공사와 제휴해 수익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면서 "드론설계뿐 아니라 카메라, VR 등 기존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기술이 부동산 업으로 들어와 VR 모델하우스, 빌딩 AI중개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안 의장은 "부동산 시장은 각각의 의사결정에 경제적 규모와 파장이 매우 크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워낙 촘촘하게 짜여 있다 보니 타 산업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면서 "국내 프롭테크 산업은 굉장히 어렵고 느리게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최근 사내벤처나 자회사 등을 통해 IoT개발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이 기술이 다 프롭테크"라며 "이로 인해 프롭테크에 대한 관심, 투자, 인력, 기술개발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데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프롭테크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빅데이터를 이용한다면 더 합리적이고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로써 소비자들이 겪는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을 성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도, 프롭테크 산업이 성장하면서 소비자 중심 문화로 바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장은 직방을 창업하기 전 NC소프트에서 개발자로, 그 이후에는 미국계 창투사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개발자에서 투자심사 담당자로, 또 스타트업 창업자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은 프롭테크 포럼을 조직하는 발판이 됐다. 그는 "시장성장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창업가들도 많았기 때문에 이들의 여정에 내 경험이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함께해주는 회원사들도 업계의 '얼리어답터'처럼 기존 산업을 새롭게 풀어보고자 하는 니즈를 가진 기업들이 많다"고 했다.

포럼에 따르면 현재 스타트업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조3650억원에 달한다. 안 의장은 올해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매칭할 계획이다. 그가 대표로 있는 직방은 최근 우미건설과 200억원을 조성해 벤처캐피탈(브리지인베스트먼트)을 설립, 프롭테크 업체 2곳에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를 해본 경험도, 투자를 받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 본 경험도 있는 만큼 젊은 창업가들을 위한 팁을 알려달라는 말에 그는 "(투자자 입장에선) 시장이 클수록, 기술의 취지와 방향이 명확할수록 (투자를) 결정하기 쉽다"면서 "그러나 스타트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려면 결국은 함께하는 팀, 조직문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안 의장의 올해 목표는 포럼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그는 "빠른 속도로 회원사가 늘고 있는데 협회 외형보다는 좋은 기업들이 많이 유입돼 탄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스타트업 단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부동산 회원사들은 전체의 30% 비율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토부가 발표 예정인 '부동산산업서비스 진흥법 5개년 진흥계획'에 업계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 의장은 "진흥계획이 프롭체크 육성에 대한 내용을 얼마나 담고 있을지, 또 프롭테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산업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지가 요즘 최대의 고민"이라며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더 빠르게 언택트 문화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는데, 우리 업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