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돌 한화 ‘3세 시대’ 본격화] 김동관 사장 승진...삼형제 三色경영도 ‘속도’

2020-10-09 05:09
장남에 방산·에너지 등 그룹본류·신사업 맡겨...차남 김동원 상무, 금융·IT 주도
불미스런 사건 반복했던 삼남 김동선...'와신상담' 경영수업 후 복귀할듯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韓國火藥株式會社)를 모태로 출발한 한화그룹이 9일 창립 68주년을 맞는다. 현암 김종희 창업주에 이어 김승연 회장까지 2대에 걸친 오너가 경영은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 김동관-김동원-김동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장남 김동관은 최근 사장으로 전격 승진, 3세 경영을 닻을 본격적으로 올렸다. 화약고에서 출발, 재계 순위 7위로 성장한 한화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한화그룹에 본격적인 ‘3세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터졌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이 지난달 28일 사장으로 승진해 대표이사로 내정된 것이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에 오른 지 9개월 만의 인사로 가히 ‘초고속 승진’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 신임 사장은 이사회를 거친 뒤 이르면 올해 말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한다.

한화 측은 이번 승진 인사에 대해 “올해 1월 통합법인 한화솔루션 출범과 함께 전략부문장을 맡은 김 대표는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사업재편과 미래사업 발굴을 주도하며, 안정적 수익구조 창출에 기여한 공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서 김 대표의 전문성과 풍부한 네트워크가 더 요구되는 점도 승진 배경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과거 큐셀 인수와 한화솔라원과의 합병을 주도한 김 대표는 10여 년간 묵묵히 한화의 태양광사업에 투자해 2015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태양광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사업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2분기 연속 1000억이 넘는 흑자를 냈다. 한화(家) 장남으로서 탄탄한 경영 능력을 제대로 입증한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형제.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신임 사장,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사진=한화그룹 제공]



김 대표가 태양광·수소 사업 등을 통해 그룹의 새 먹거리인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면,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그룹의 금융·IT 관련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김 상무는 특히 핀테크,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신사업 개척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김 상무가 주도하는 한화의 미래 금융 사업은 조만간 구체적 성과를 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김 상무는 해외사업 부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핀테크 기업 디안롱과 협력을 이끌었고,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 회장을 직접 만나 협력관계도 돈독히 다진 상태다.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와신상담’의 자세로 그룹에 복귀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국가대표 승마선수 출신인 김 전 팀장은 과거 잇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그룹을 떠나 독일에서 외식사업 등을 하며 자중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선수 생활을 은퇴한 직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과 김승연 회장이 경기고 동창으로 돈독한 사이인 만큼, 진 회장이 김 전 팀장의 경영수업을 맡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김 전 팀장이 투자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직접 지원해 면접을 거쳐 스카이레이크에 입사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김 전 팀장이 기업분석과 투자 경험을 쌓아 향후 한화그룹의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금은 경영에서 배제돼 있지만, 기업투자 역량을 쌓으면 자연스럽게 서울 장교동(한화 본사 소재지)으로 복귀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지배적이다. 두 형이 각각 제조업(방산·에너지)과 금융·IT 부문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막내인 김 전 팀장은 그룹의 또 다른 축인 레저·서비스부문을 맡을 것이란 분석도 적잖다.

다만 여전히 김 회장이 지주회사인 ㈜한화의 지분 22.6%를 확보한 최대주주이고, 삼형제의 지분은 미미하다는 점에서 ‘3세 승계’는 시일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H솔루션(에이치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50%는 김 대표가, 나머지 25%씩을 김 상무와 김 전 팀장이 보유하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14.48%), 한화에너지(100%)를 지배하고 있어, 에이치솔루션 지분가치 상승이 곧 승계의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아직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고 삼형제 나이가 30대로 아직 젊다는 점에서 승계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면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김동관 사장 승진 등 한화가(家) 삼형제가 경영 전면에 나서는 시기는 한층 빨라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