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잡아라" 알리바바, 여행사·면세점 잇단 지분 인수

2020-10-06 14:36
알리바바, 국경절 연휴 전후로 듀프리·중신여행 지분 인수
차츰 회복하는 中관광시장...알리바바 입지 확대 '준비'

[사진=알리바바]

중국 알리바바가 관광사업에서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여행이 막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국경절 황금연휴(10월 1일~8일) 기간 국내 여행으로 발길을 돌리자 여행사·면세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글로벌 1위 면세업체인 스위스 듀프리 지분 최대 9.99%를 매입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듀프리는 2500만주 신주를 발행해 최대 7억 스위스프랑(약 8878억원) 상당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이중 알리바바가 2억5000만 스위스프랑을 투자해 지분 일부를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알리바바는 듀프리와 손잡고 중국내 합작사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은 알리바바와 듀프리가 각각 51%, 49%씩 나눠 갖기로 했다. 

줄리안 디아즈 듀프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협력으로 알리바바의 디지털 기술과 듀프리의 유통 네트워크 등을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합작사가 중국 관광소매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듀프리가 세계 최고 관광소매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진=페이주]

알리바바는 이에 앞서 중국 국내 여행사 지분도 사들였다. 지난달 30일 알리바바는 중국 여행사 중신여행(眾信旅遊) 주식 4547만300주를 3억8500만 위안(약 664억원)에 매입, 5% 지분을 확보했다. 이로써 알리바바는 중신여행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와 함께 알리바바그룹 산하 온라인여행사 페이주(飛猪)는 중신여행과 관광상품 판매 합자 플랫폼도 함께 설립하기로 했다. 지분은 페이주와 중신여행이 각각 45%, 55%씩 보유하기로 했다.

중신여행은 "한걸음 도약하기 위해 알리바바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고, 알리바바도 "이번 협력으로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알리바바의 지분 인수 소식에 중국 대형 투자은행(IB) 증권사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中金公司·CICC)는 중신여행 주가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금공사는 양사의 협력으로 중신여행의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신여행의 주가 목표치를 기존보다 10% 올린 10.60위안으로 제시했다.

알리바바가 여행사, 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는 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본격적으로 관광시장에 진출하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과거 중국 최대 여행사 시트립이 중국 관광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선점해왔지만, 최근 몇 년간 메이퇀(美團)과 페이주의 약진으로, 3파전 구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관광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알리바바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실제로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에서 관광 및 쇼핑 수요 증가로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중국 중앙방송(CCTV)은 문화여유국을 인용해 지난 1~4일 국경절 첫 나흘간의 국내 관광객은 4억250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의 78.4%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국내 관광 수입은 3120억2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의 68.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