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효재 평전' 쓴 박정희 작가 “시대의 스승 떠나...무거운 마음”

2020-10-06 00:00
"선생님의 뜻 이어 우리가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지점"

우리나라 여성운동의 선구자인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별세한 가운데 지난해 이이효재 평전을 쓴 박정희 작가는 “시대의 스승이 떠나 무거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5일 박 작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이효재 선생님을 조금이라도 닮아 가야 할 텐데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우리 시대 모든 딸들의 어머니”라면서 “어머니가 가셔서 우리에게 큰 빈자리가 생겼다. 선생님의 뜻을 이어 우리가 어른으로 성장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이이효재 평전에서 “이이효재 선생님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통당하는 여성들을 보며 어렸을 때부터 고민했다”면서 “여성들의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가로막는 원인을 찾아 연구하고 극복하는 것이 선생님을 붙잡고 싸워온 일생의 화두였다”고 했다.

특히 “이이효재 선생님은 이제 여성이라는 화두를 인간으로 바꿔 생명에 대한 존경과 사랑, 평화, 자유, 정의, 인권의 가치에서 남녀가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강조했다.

1924 태어난 이이효재 교수는 이화여대 영문학을 수료하고,1957년 미국 앨라배마대를 거쳐 컬럼비아대에서 사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창설하고 교수로 재직했다. 1963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 한국여성단체연합회장 등 주요 여성단체를 이끌었다. 특히 부모 성 같이 쓰기 운동을 벌여 호주제가 폐지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학 교육 과정을 대학 내에 설치하고 여성학 이론을 현실 운동에 결합시켰다. 아울러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례대표제 도입, 차별호봉 철폐 운동도 이끌었다.

이 교수는 정치권 영입 1순위로 항상 거론됐지만, 거절하면서 여성운동에 전념했다. 아울러 1990년대 초 북한 방문으로 남북한 여성들의 교류의 장을 만들었고, 군축 및 통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에 매진했다.

한편, 박 작가는 대학 시절 이른바 ‘씨씨(CC·캠퍼스커플)’였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결혼해 2녀 1남을 뒀다. 박 작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자라야 제대로 세상에 맞서 당당히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며 책 집필 배경을 설명했다. 박 작가의 저서로는 ‘티타늄 다리의 천사 애덤 킹’, ‘외할매만세', ‘여성 인물 이야기’ 5권, ‘나는 당당하게 살리라’, ‘도서관 할머니, 책 읽어 주세요’, ‘닥터 로제타 홀’ 등이 있다. 
 

고 이이효재 교수의 빈소.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빈소가 5일 오전 경남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6일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