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돌아가셨다"...우원식 의원, 황해도 사는 누나들에 편지

2020-09-30 10:02
우원식 민주당 의원 모친, 전날 향년 104세로 별세
"황해도 연안에 사는 누나들에게 소식 전해달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완성 TF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순회토론회 중간보고에서 인사말을 하고있다. [사진=연합뉴스]


"황해도 재령 사는 우정혜, 덕혜씨! 사랑하는 나의 누나들!!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지난 29일 모친상을 당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정혜 누나, 덕혜 누나, 막내동생 원식이다. 누님들, 우리 어머니가 오늘 돌아가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남북 분단으로 이북 너머에 사는 누나들의 생사조차 알 수 없지만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한 셈이다.

우 의원은 "10년 전 정혜 누님 만날때도 만나지 못했던 덕혜 누나 만나길 평생 기다리다 결국 못 보고 가셨다"며 "두 형님과 넷째 누님과 저, 그리고 우리 아이들, 손주들까지 모여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혜 누나, 덕혜 누나 없는 자리가 어쩐지 쓸쓸하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전날 향년 104로 별세한 모친을 두고 호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호상이 맞는다"면서도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다. 바로 어머니를 104세까지 살게 한 힘은 바로 언젠가 누나를 만나겠다는 간절함 때문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끝내 누나 얼굴 못 보고 눈 감으셨으니 어찌 호상이라고만 할 수 있겠느냐"고 애통함을 표했다.

우 의원은 "덕혜 누나, 10년 전 정혜 누나 신청으로 이산가족 상봉단에 뽑혀 만나고 돌아오는 길, 어머니는 만날 때 한 없는 기쁨과 헤어질 때 뼈가 끊어지고, 애가 끓는 그리움과 기약할 수 없는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고 전했다.

특히 "그 자리에 나올 수 없는, 그래서 영원히 볼 수 없을 것 같은 덕혜 누나를 그리며 무척이나 슬퍼했다"며 "여기 있는 우리는 솔직히 걱정했다. 더 기력이 쇠하지 않을까, 더는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말이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우 의원은 "어머니는 강하셨다"며 "슬픔보단 기대, 좌절보다는 희망으로 견뎌내셨다. 아니 다음에는 덕혜 누나를 만날 날을 준비하셨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게 씩씩하게 버티던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치러냈다. 2년 전 꼭 이 맘때 북에서 보내준 송이 버섯을 받고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며 "꼭 누님들이 보내 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그 직후인 10·4 기념 민족대표자 회의때 참석했던 저는 어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안겨드리고 싶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누나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아쉽게도 10년의 기다림으로는 부족했나보다. 어머니는 더는 누나를 기다릴 수 없는 곳으로 아이였던 누나의 모습만을 간직한 채 가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긴긴 세월 얼마나 누나를 보고싶어 하셨는지 알려드리고 싶다. 제가 더 열심히 살아서 꼭 그럴 수 있는 날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우 의원은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도 황해도 연안의 우정혜씨, 재령의 우덕혜씨에게 이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분이 있을까. 있다면 꼭 전해주시기 바란다"며 "104세 어머니가 그리운 자식 얼굴 그리다 끝내 영면하셨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