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은 1000억원이면 달랠 수 있다?... 구글, 애플 이어 상생안 내놨지만 비판 여전

2020-09-29 14:11

구글이 앱마켓 결제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앱 결제’ 방식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국내 앱 개발사들을 달래기 위한 지원책도 함께 공개했다. 앞서 애플이 이동통신사와 상생하겠다고 마련한 1000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에서 올리는 매출 규모에 비해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은 29일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위해 향후 1년간 1150억원(1억 달러) 규모의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구글 측은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은 한국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의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을 응원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 앱 생태계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구글은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웹툰, 웹소설, 음악 스트리밍, 이북(e-Book)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사에 대한 지원은 물론 서비스를 사용하는 유저에게 가격 인하를 포함한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구글은 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유저 또한 훌륭한 디지털 콘텐츠와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이같은 상생안을 내놓은 건 같은 날 발표한 결제 정책 변경에 대한 국내 인터넷기업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로고[사진=로이터·연합뉴스]

구글은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인앱 결제 강제를 공식화했다.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구글플레이 인앱 결제는 웹툰, 구독형 서비스 등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된다. 내년 1월 20일 이후 구글플레이에 등록하는 신규앱은 구글 인앱 결제 시스템이 강제된다. 기존 앱은 내년 9월 30일까지 구글 인앱 결제로 결제 시스템을 교체해야 한다.

인앱 결제 이용 시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30%로, 휴대폰, 체크·신용카드 결제 등 외부 결제 수단보다 수수료가 20%포인트 이상 높다. 이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구글의 이번 정책 변경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다. 수수료 인상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도 지난달 말 이동통신 3사와 상생하겠다며 1000억원의 지원 기금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조사를 받던 중 자진해서 내놓은 시정안이다. 애플은 아이폰 광고, 스마트폰 무상수리비 등을 이통사들에게 떠넘긴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한국에서 버는 수입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9 모바일콘텐츠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앱 시장에서 구글플레이가 올린 매출은 5조9996억원에 달한다. 전체 앱마켓 시장 규모(9조4574억원)의 8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애플 앱스토어는 2조3086억원을 벌어들였다.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하면 양사의 이번 상생안은 매우 약한 수준”이라며 “애플과 구글이 연이어 내놓은 1000억원은 향후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한국 지원 ‘스탠다드(표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