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AI GPT-3, 저작권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2020-09-24 10:17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글 생성능력 탁월…인간 창작에 도움"
"GPT-3 기능, 문장생성에 초점…인간 글쓰기 대체 예상 일러"

올해 6월 미국에서 등장한 인공지능(AI) 모델 'GPT-3'가 탁월한 글쓰기 능력을 보여줬지만 이런 AI에 인간 창작자와 같은 '저작권'이 있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의 일부분인 '문장생성'에 초점을 맞춘 이 AI가 글쓰기 작업을 하기 위해 인간이 초기 조건을 지정해야 하고, 매끄러운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인간의 손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글을 쓰는 GPT-3 외에도 사진, 그림, 음악, 영상 등을 만들어내는 AI가 등장해 이목을 끌고 있지만,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각각의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역시 온전히 AI에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을 전망이다.
 

[사진=픽사베이]


24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최근 발간 보고서 'SPRi AI BRIEF 인공지능 최신 동향과 시사점'을 통해 GPT-3가 작성한 글이 AI 기술의 큰 잠재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GPT-3는 미국의 기업 '오픈AI'가 개발한 범용 자연어 처리 모델이다. 주어진 단어나 문장 뒤에 이어 배열될 단어를 예측한다. 그 명칭인 GPT가 '생성적 사전학습(Generative Pre-Training)'이라는 모델 개발 방식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오픈AI는 앞서 GPT와 GPT-2를 내놓고 올해 6월 GPT-3를 소개했는데, 버전을 높일 때마다 결과물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기 위해 모델이 기존보다 훨씬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활용하고 더 정교한 계산을 수행케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컨대 GPT-2는 40GB 분량의 텍스트와 15억의 파라미터를 사용했는데, GPT-3는 570GB 분량의 텍스트와 1750억개의 파라미터를 사용했다. 파라미터는 AI 모델이 주어진 데이터를 계산함으로써 모델 내부에서 결정하는 변수들을 뜻한다.

SPRi는 "오픈AI가 개발한 범용 자연어 처리 모델인 GPT-3는 글을 생성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고 "신문 사설, 소설 작성, 의료 처방 제안, 2020년 하반기 예측, 철학적인 질의 응답 등 사례를 통해 그 성능과 파급력이 회자"됐다고 봤다.

SPRi에 따르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GPT-3를 활용해 옵에드(op-ed) 형식으로 작성된 글을 공개해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옵에드는 신문사의 공식 의견(사설)과 대치되는 면에 실리는 외부 기고를 지칭한다.

가디언은 GPT-3에 △500단어 내외 △쉽고 간결한 문체 △특정 주제로 작성('AI에 대해 두려워 할 것이 없는 이유') 등 조건으로 글을 생성케 했다. 논지에 어긋나거나 중복 표현을 빼는 등 편집을 거쳐 생성된 글 90%를 삭제한 뒤 게재했다.

SPRi는 GPT-3가 다양한 내용과 주장을 담은 글을 인간이 창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를 위해 초기조건을 설정해야 하고 편집 등 사후 작업이 필요해 저작권을 갖는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SPRi는 "GPT-3는 완성된 글보다 다양한 문장 생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며 "인간의 글쓰기를 대체할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유용한 보조도구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