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흠, 이상직, 김홍걸 등 의원들의 도덕 불감증…"원칙대로 처리해야"
2020-09-21 19:20
'최악의 모럴 해저드' 21대 국회…"과감한 조치 필요"
윤미향‧김홍걸‧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덕흠‧조수진‧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잇따라 논란에 휩싸이면서 21대 국회가 최악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야 모두 ‘내로남불’을 주장하지 말고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민주당은 재산신고 누락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홍걸 의원을 지난 18일 제명했다. 당내 윤리감찰단에 회부된 지 이틀 만이다.
김 의원은 지난 4·15 총선 전 10억원대 아파트 분양권을 누락해 재산 축소신고 의혹이 제기됐다. 총선 당시 1억1000만원이었던 김 의원의 아내 임모씨의 예금 신고액이 최근 11억7000만원으로 확인되면서 후보자 재산신고 당시 배우자와 관련한 재산을 빠뜨려 신고한 것이 드러났다. 또 2016년 주택 3채를 잇따라 구매한 사실도 확인돼 부동산 투기 의혹도 일었다.
김 의원은 “분양권이 신고 대상인지 몰랐다”며 “상가는 보좌진이 등기부등본을 착오해 잘못 신고한 것으로, 의도를 갖고 숨긴 것이 아니라 행정실수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당 윤리감찰단이 김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허위신고 등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지만, 김 의원이 감찰 의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며 “부동산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부동산 다보유에 따라 당의 품위를 훼손한 만큼, 긴급 소집한 최고위에서 제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량해고‧고용보험료 미납 사태가 불거진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이상직 의원 역시 당에서 제명될 위기에 놓였다. 이 의원은 2014년 횡령·배임으로 유죄를 받은 형 이상일씨와의 공모 여부 및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에서의 횡령·배임 가능성, 이 의원의 자녀 상속세 포탈 여부 등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창업주로서 대량해고 및 파산위기에 처한 경영상의 책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또 코로나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자리 지키기’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에서는 605명의 대량 해고 사태가 있었다”며 “이는 우리 당의 노동정책이라든지 기조 또는 가치에 반한다고 볼 수 있고, 사실 이 과정에서 이 의원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 추석 전 조치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서 윤미향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실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당직·당원권이 정지됐다.
그러나 민주당은 김홍걸‧이상직 의원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눈속임을 피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검찰 수사를 핑계로 윤미향 의원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논평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 의원은 '의혹'만으로도 당에서 제명이 됐는데, 범죄사실이 확인돼 재판에 넘겨진 윤 의원에 대해서는 왜 모르쇠로 일관하느냐”며 “국민의 눈을 속이고 꼬리를 자르는 서툰 야바위꾼 흉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의원 역시 ‘제명’은 당 명부에서 이름만 뺀 것으로, 의원직과 무관하다”며 “이름만 빼고 ‘계속 같은 편’을 하는 것이 무슨 징계인가.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김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의원직 제명’에 나서라”고 강조했다.
◆박덕흠‧윤창현‧조수진 의원 역시 의혹에 휩싸여
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박덕흠 의원은 가족이 운영하는 건설사가 국토부와 산하기관, 지자체 등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공사를 수주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박 의원은 이날 해명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서 보도한 5개 회사(원하종합건설‧혜영건설‧파우개발‧원하레저‧원하코퍼레이션)의 매출 자료를 보면 국회의원 당선 후, 특히 국토위 간사로 있으면서 공사가 확연히 감소한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며 “국토위 소속이던 2018년 전체 매출은 전년도의 61.9%로 급감했다”고 항변했다.
이어 STS공법을 이용해 수백억원의 돈을 받았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최근 회사로부터 확인해본 결과 보도된 금액들은 공사를 수행하고 공사대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공사도 하지 않으면서 STS 관련 신기술사용료로 돈을 받은 경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를 통해 “원천적인 이해충돌방지법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이해충돌과 관련된 상임위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삼성물산 사외이사였던 윤창현 의원은 정무위 배치가 이해충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다. 정무위에선 삼성의 지배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을 심사하는데, 윤 의원은 2015년 합병 당시 전면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 신상발언에서 “삼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으면 이해충돌인가.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면서 5년 전 합병 찬성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유주와 유착관계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공소장에 ‘삼성물산의 사외이사들이 잘못된 명분과 논리를 갖고 합병을 끌어냈다’는 구절이 나온다”며 “이런 부분을 볼 때 절대 이 과정에 계셔서는 안 되는 분”이라고 비판했다.
조수진 의원은 지난 총선 후보 등록 당시 재산신고를 할 때 현금성 자산 11억원을 누락했다가 논란이 됐다. 조 의원은 “신고 과정에서 실수가 빚어졌다”고 해명했지만, 본인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적반하장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 “국민들 의혹 여전··· 원칙대로 처리해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의 경우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규 제14조에 따르면 당원이 △직권남용 및 이권개입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이해충돌방지 및 회피의무 불이행 △기타 공무수행에 있어 심각하게 품위를 훼손한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또 민주당 당규 제32조(비상징계)에 따라 당대표는 선거 또는 기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그 처리를 긴급히 하지 아니하면 당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로 징계처분을 할 수 있다.
국민의힘 당규 제20조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음에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에 불출석했을 때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정치평론가)는 “현재 선거가 임박했다고 하면, 각 당에서 앞뒤 재지 않고 과감하게 정리를 했을 텐데, 지금은 적당히 여야가 서로 눈치를 보고 여론 추이에 맞춰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각 당의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것이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의혹을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의 경우 윤미향 의원에 대한 처리가 부족하다 보니 ‘토사구팽’에도 서열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고, 야당은 과감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구(舊)적폐’ 소리를 듣고 있다”며 “고발할 것은 고발하고, 법적으로 처리가 부족한 부분은 개정을 통해서라도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