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멸종위기종 서식지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교통대책 넘어 '환경단체 벽’
2020-09-15 17:04
그린뉴딜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린벨트 해제' 반발
"보존가치 없다"는 정부 주장에 "개방해 증명하라"
"보존가치 없다"는 정부 주장에 "개방해 증명하라"
"그린뉴딜을 얘기하자마자 그린벨트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철학이 무엇인가? 훼손된 그린벨트라 주장만 하지 말고 시민에게 개방해 증명하라"
주택공급대책의 큰 축을 맡은 태릉골프장 개발에 관한 환경단체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자체조사 결과, 멸종위기종과 보호수 등이 발견되면서 "보존가치가 없다"고 밝혔던 정부 주장을 증명하라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15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태릉골프장 시민개방의 날' 민원 접수 및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히 시민개방의 날 행사는 지난 55년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태릉골프장에 시민들이 직접 방문해 그린벨트로서 보존가치가 없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12일부터 3일간 태릉골프장 시민개방의 날 참여 의향서를 받은 결과 981명이 신청했다. 이 중 85%는 2인 이상의 동행 대표여서 총 방문자는 3000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에 최영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정부가 완전히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등급이 낮은 그린벨트라고 해도 일반 녹지보다 보존가치가 높은 곳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일 태릉골프장 영내 일부 습지를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보호받는 맹꽁이 올챙이를 발견했고, 멸종위기 관심대상 흰배뜸부기 유조 등을 관찰해 보호 가치가 충분한 서식지임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달 5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겠다"면서도 "태릉골프장은 환경평가 4~5등급이 전체의 98%를 차지해 환경적 보존가치가 낮다"고 예외임을 밝힌 데 관한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서울·구리·남양주 시민 93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태릉골프장을 개발하기보다 녹지로 보존하거나 공원화하는 응답이 58.8%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노원구 외 서울시민 459명 중 58.7%가, 노원구민 288명 중 64.9%가 공원화 또는 녹지로 보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조사는 환경운동연합이 전문여론조사기관 이너텍시스템즈에 의뢰해 ARS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3%포인트)로 얻은 결과다.
최 활동가는 "1만가구 주택공급은 이미 병목현상이 심한 지역의 정체를 심화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최후의 보루인 녹지를 파괴하는 중대한 실수"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원구청이 교통체증 악화를 우려하며 주택개발에 반대하자 내년 상반기까지 교통대책을 수립하고 공급계획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