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S토커-롯데] 롯데지주, 케미칼 지분 추가...현금흐름 확보·신용도 방어 포석
2020-09-16 04:07
24.03%→24.61%, 물산 지분 매입 가능성...‘일본 롯데’ 지분율과 격차 확대 목적도
신동빈 회장 주력 분야, 그룹 영업익 60% 차지...여타 믿을만한 계열사 부재
국적 논란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화학 부문 투자 확대 가능성↑
신동빈 회장 주력 분야, 그룹 영업익 60% 차지...여타 믿을만한 계열사 부재
국적 논란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화학 부문 투자 확대 가능성↑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주(7~11일) 총 5차례에 걸쳐 롯데케미칼 주식 20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지분율은 기존 24.03%에서 24.61%로 확대됐다.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는 크게 롯데쇼핑, 호텔롯데 그리고 롯데케미칼이다. 이중 롯데케미칼은 그룹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하고 있어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롯데지주는 롯데쇼핑 지분 40%를 보유 중이다. 호텔롯데는 상장 후 롯데지주와 합병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케미칼은 상대적으로 롯데지주 지배력이 약해 시장에서는 추가 지분 확대 가능성을 점쳐왔다.
지난 2018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동빈 회장은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산하에 편입시켰다. 당시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넘겨받았다. 진정한 캐시카우(cash cow)인 화학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킬레스건을 일부 해소한 셈이다.
그룹 계열사 대부분 성장이 둔화되고 인수합병(M&A)을 멈춘 상황에서도 롯데케미칼은 지속 몸집을 불렸다. 신동빈 회장은 직접 화학 분야를 진두지휘했다. 그만큼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놓고 일본 화학·소재기업인 쇼와덴코와 경쟁에서 패배했다. 그 대신 지난 5월 쇼와덴코 지분 4.69%를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화학부문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타 주력 계열사들의 단기 성장 동력 부재다. 호텔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직격탄을 맞았고 쇼핑은 온라인 ‘뒷북 대응’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화학은 유통, 음식료와 달리 국적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장점도 있다.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할 수 있어 추가 투자 혹은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 가능성도 높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그룹 내에서도 가장 믿을만한 곳”이라며 “기회만 된다면 단순 투자는 물론 M&A도 상시 고려하고 있어 여타 계열사와는 다른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도 롯데지주가 추가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롯데지주를 제외한 롯데케미칼 주요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9.3%), 롯데물산(20%), 호텔롯데(0.72%) 등이다. 롯데지주가 일본 롯데홀딩스 눈치를 보지 않으려면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호텔롯데와 합병을 통해 지주 보유 롯데케미칼 지분이 늘어날 수 있지만 롯데물산을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배(57%)하고 있어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 최근 그룹 내 지분 이동이 활발한 만큼 롯데지주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매입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번 추가 지분 확보는 향후 본격적인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예고하는 단초인 동시에 현금흐름 확대를 통한 신용도 방어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계열사 중 사실상 믿을 곳이 롯데케미칼뿐이란 뜻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수익성, 확장성, 국적 논란 해소 등 모든 측면에서 롯데케미칼이 그룹 내 가장 매력적”이라며 “그룹 신용도 핵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이 불안하면서 상대적으로 롯데케미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는 것은 투자자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롯데그룹도 시장 요구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