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김여정, 김정은에 깍듯하게 '지도자' 경칭 사용"

2020-09-14 18:22
우드워드 신간 '격노'…"김여정, '오빠' 호칭 없이 공손, 선 안 넘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오빠라는 호칭 대신 ‘위대한 지도자’, ‘최고 영도자’로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연합뉴스는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인용해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때 있었던 김 제1부부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우드워드 신간에 따르면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은 2018년 5월 8~9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동행 시 김 제1부부장과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당시 김 제1부부장은 만찬에서 김 위원장을 ‘위대한 지도자’로 부르며 공손한 모습을 보였고, ‘우리 오빠’라는 호칭은 절대로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제1부부장은 의전 및 행사 조율을 담당하며 핵심적인 ‘사절’로 활동했지만, 만찬에서는 김 위원장과의 친근함을 과시하기 위해 선을 넘지 않았다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김 전 센터장은 친밀감 표시를 위해 김 위원장 앞에서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직언했고, 이에 김 제1부부장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바짝 긴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의 맞장구에 긴장감이 돌았던 분위기가 풀렸다고 했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리 여사는 김 전 센터장의 발언에 대해 “그 말이 맞다. 내가 남편에게 흡연의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해 왔다”고 하면서 가족적 친밀감을 표시했다.

우드워드는 김 제1부부장과 리 여사의 태도가 대조적인 것이 매우 놀라웠다고 부연했다. 사실상 2인자로 꼽히는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오빠가 아닌 최고지도자로 깍듯하게 대한 반면 리 여사는 ‘남편’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당시 만찬은 예상보다 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핵무기 개발 및 시험 장소에 대한 목록을 넘겨달라’고 요구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북한을 떠나겠다고 했지만, 북측이 몇 시간 동안 폼페이오 일행의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않고 있다가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결국 보내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