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이달 말 재임 660일… 역대 두 번째 장수 기재부 장관 눈앞

2020-09-14 09:12
매주 비상경제 중대본 회의 주재… "재정의 책임성" 강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역대 두 번째 장수(長壽) 기재부 장관 기록을 앞두고 있다.

14일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지난 2018년 12월 11일 공식 취임해 오는 30일 재임 660일을 맞아 이명박 정부 당시 박재완 기재부 장관의 재임일(660일)을 돌파하게 된다.

홍 부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부동산 대책 발표를 맡아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유례없는 기록도 만들었다. 한 해 4차례의 추경을 한 것은 59년 만의 일이다. 3차 추경은 3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추경을 거듭하면서 재정건전성 지표도 역대 최악의 기록을 썼다. 4차 추경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역대 최고인 43.9%로 치솟았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6.1%를 돌파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대해 "재정의 책임성이 건전성 못지 않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반박하며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주도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 OECD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코로나19 방역과 정책 대응을 높게 평가했다. OECD의 긍정적인 평가로 정부의 재정 투입 정책에 자신감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매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방역'을 위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부동산 대책 이후에는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한국판 뉴딜 회의도 주재한다.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에는 브리퍼로 나서며 경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홍 부총리의 의견이 당정 간 논의에서 번번이 관철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반대하다 결국 이를 수용했으며, 4차 추경 또한 '성급하다'고 선을 그었으나 일주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최근에는 여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해찬 전 원내대표 시절에는 추경 규모를 두고 의견 충돌을 빚기도 했으나 이낙연 체제 출범으로 홍 부총리에게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거취 논란 당시 여러 차례 홍 부총리에게 신임을 표하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최근에는 예산안과 뉴딜펀드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OECD 37개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이 1위로 전망될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으로서 총체적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현재의 경제팀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한편 역대 기재부 장관을 통틀어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는 이명박 정부 때의 윤증현 장관(842일)이다. 두 번째가 박재완 장관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550일을 재임해 4번째 장수 장관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