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디지털 전환시대의 소비자정책

2020-09-11 07:00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사진=한국소비자원 제공]

4차 산업혁명과 온라인 플랫폼 거래 증가 등에 따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면서, 사람 간의 교류방식과 시장에서의 거래방식을 다변화시켜 왔다. 여기에, 올해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팬데믹 선언으로 언택트(Untact)를 넘어 온택트(Ontact) 문화가 퍼지면서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보편화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은 급속한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 변화와 적응을 요구받고 있다. 기업은 디지털 전환에 기초해 기존 비즈니스를 유연하게 변화시키거나 새롭게 창출함으로써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고, 소비자는 디지털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현재의 소비자정책이 디지털 전환시대에도 여전히 작동하는지를 평가하고 실제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지난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한 축인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따른 디지털 국가와 비대면 유망산업의 육성 추진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향후 전 산업 디지털 혁신을 위한 D.N.A.(Data·Network·AI) 생태계 강화와 함께, 초·중·고 등 교육기관의 디지털 기반 구축, 교통과 수자원 등 기반시설의 디지털화, 비대면 산업 육성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디지털 전환은 소비자에게 비용 측면의 이익 외에도 더 나은 선택의 기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편의성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잠재적 도전과 위험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8년에 ‘디지털 소비자 보호를 위한 툴킷’을 개발한 데 이어, 2019년에 ‘디지털 시대 소비자정책의 도전’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소비자 데이터 수집과 활용의 투명성,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따른 차별과 사생활·보안 문제, 안전성과 책임소재, 상품과 서비스 호환성에 따른 고착(lock-in) 문제, 디지털 접근 차별 등과 같은 잠재적 소비자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급속한 기술 변화와 코로나19로 더욱 가속화된 비대면 거래 등 새로운 소비환경과 마주하게 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다양한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기회를 얻게 된 반면,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거래방식에 따른 혼란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디지털 전환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동태적 특징을 이해하는 한편, 새로운 소비자 이슈 해결을 위해 기존 정책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새로운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소비자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거래를 규율하는 현재의 법과 정책이 배달앱, SNS쇼핑,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비서 등 최근의 복잡한 디지털 이슈를 해결하는 데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빅데이터와 AI, IoT 기술의 접목으로 인한 소비자 데이터 관련 문제를 기존의 데이터 3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다. 그 밖에 소비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분쟁해결(ODR) 확대도 주요 검토 대상이다.

이제, 디지털 전환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됐다. 올해는 소비자정책 분야에서 향후 3년간 추진될 제5차 소비자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중요한 해이며, 이 계획에는 디지털 전환기에 역량 있는 소비자를 양성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추진과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디지털 전환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소비자정책에서도 ‘뉴노멀’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