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 추미애 거취 논의 피하고 통신비 ‘찔끔 지급’ 계획 내놨다(종합)

2020-09-10 00:00
이낙연 “통신비 지원하면 국민 위로 될 것”…文대통령 “같은 생각”
선별 지원 여론 악화…‘13세 이상 국민에 통신비 2만원 1회 지원’
재난지원금은 ‘선별’·통신비는 ‘보편’…‘이율배반적’ 정책 기조 논란
​文, 與 요청 수용하는 모양새로 당에 힘 실어…“당정 관계 환상적”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9일 13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한 차례 한해 일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키로 했지만, 보편 지급 찬성 여론이 잦아들지 않자 절충안을 찾은 결과로 보인다.

관련 예산은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포함되며, 통신비는 현금 지급이 아닌 내역 차감 형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을 10일 자신이 주재하는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4차 추경 등 입법과제들을 논의했다.

이 대표가 전 국민 통신비 지원을 먼저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동의했다. 이 대표는 “액수가 크지는 않더라도 코로나로 지친 국민들에게 통신비를 지원해드리는 것이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같은 생각이다. 국민의 비대면 활동이 급증한 만큼 통신비는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화답했다.

당정은 전날까지만 해도 당초 30·40대를 제외한 일부 연령대에 통신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공정성 시비’가 일자, 보편 지원으로 돌아섰다.

다만 여론을 감안해 통신비 지원 범위를 확대하되, 4차 추경안 규모는 7조원 수준을 최대한 맞추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2만원씩 지급을 해도 4차 추경안은 9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정부의 정책 기준이다. 2차 긴급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급’인데 통신비 지원은 ‘보편 지급’이기 때문이다.

당장 일부 국민들 사이에선 ‘달랑 2만원가지고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간담회 후 브리핑에서 ‘당초 코로나19 피해가 큰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민주당 입장과 다르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당은 그동안 피해 계층을 두텁게 지원한다는 원칙과 함께 더 넓게 지원해 달라는 요청도 정부에 계속해 왔다”고 해명했다.

특히 당청은 이번 간담회에서 4차 추경 논의에 집중하면서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등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 장관의 자녀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공정성’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며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재난지원에 대해서는 형평성을 고려, 통신비 2만원 지원이라는 고육지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추 장관과 관련된 공정성 시비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간담회였다”고 혹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간담회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요청을 적극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문 대통령과 새 지도부의 상견례를 하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해 당에 힘을 실어주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2018년 12월 이후 1년 8개월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착한 임대료’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원내대표의 의견을 경청했다. 착한 임대료 문제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에서 전북 전주시의 예를 드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사안이다.

김 원내대표는 “임대료를 깎아주는 임대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하면 위기 속에 서로 연대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 말대로 하는 방안을 챙겨 달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임대료를 깎아 주는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와 법인세에서 감면해 준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그 기한은 지난 6월 말까지였던 것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농수축산물 선물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공을 돌렸다.

이 대표가 “연휴 동간 이동은 자제하고 선물로 마음을 보내자는 제안에 각계의 반응이 좋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좋은 제안이었다. 마침 국민권익위에서 뒷받침하는 조치가 취해져서 시기도 맞아떨어졌다”고 호응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도 “지금 당정 간 여러 가지 관계는 거의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아주 좋은 관계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난극복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난 극복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가 바로 민주당 정부다’란 그런 하나가 되는 마음으로 임해 나간다면 국민들에게 더 큰 희망이 되고 또 국난극복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두루 이렇게 협력해 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제안하면서 향후 당청 관계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이미 하고 계시지만, 여야 대표 간 회동 또는 일대 일 회담이어도 좋지만 추진해주시면 좋겠다”면서 “내일은 국회의장 주최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제가 세 사람이 점심을 같이 먹게 돼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국난 극복을 위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당이 할 일이 대단히 많다”며 “우선은 코로나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 경제 위축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러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포함한 개혁 입법을 완수하는 것은 이번 회기 내에 꼭 해야 한다”며 개혁 입법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