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여버린 경기판단"...KDI,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기 재위축"
2020-09-07 12:00
코로나 재확산에 신용카드 매출액, 신천지 중심 확산세로 거리두기 시행한 5월 이전 회귀
"코로나19가 재차 확산하며 경기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연장되는 상황에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린 경기 진단이다. 지난달 내수 부진이 다소 완화됐다는 판단에서 한 발짝 물러선 평가다.
KDI는 7일 내놓은 '경제동향 9월호'에서 "심리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기 부진의 완화 흐름이 관찰됐으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7월 전산업생산도 조업일수가 2일 줄어드는 등의 요인으로 전월 0.7%에서 -1.6%로 감소폭이 소폭 확대됐다. 제조업 출하도 전월 -2.5%에서 -4.2%로 내려앉았다. 특히, 전자부품과 자동차가 각각 -16.5%, -8.7%로 하락했다. 내수와 수출도 각각 -4.4%, -4.0%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제조업 재고율은 117.7%에서 116.0%로 1.7%포인트 하락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68.2%에서 70.0%로 상승했다.
KDI가 경기 재위축으로 판단한 것은 소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KDI는 "식당 영업시간 제한 및 실내체육시설 운영 중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방역지침이 강화되면서 서비스업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소비 관련 신용카드 매출액 증가율을 보면, 수도권 방역이 2단계 거리두기로 격상된 8월 중순 이후(8월 19~30일) -12.1%를 기록했는데, 이는 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된 지난 5월 이전 수준(2월 19일~5월 5일, -14.2%)으로 다시 낮아진 모습이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다시 위축될 것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으나 운송장비가 감소하면서 증가세가 둔화했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13.8%)보다 낮은 6.7%의 증가율에 그쳤다. 건설투자는 토목부문이 회복세를 보이며 감소폭이 다소 축소됐다. 전월(-3.6%)보다 높은 0.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은 대외수요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면서 일평균 수출액의 감소폭이 축소되는 모습이다. 8월 수출은 9.9%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전월(-7.1%)보다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일평균 수출액은 전월(-7.1%)보다 높은 3.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전년동월(15억6000만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확대된 41억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교역조건은 전월(9.3%)보다 축소된 4.2%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와 달리, KDI는 취업자 수 감소폭이 축소됐으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고용여건이 다시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7월 전체 취업자 수는 전월(-35만2000명)보다 감소폭이 축소된 전년동월대비 27만7000명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의 급증으로 향후 대면접촉 서비스업과 임시⋅일용직에서 취업자 수가 다시 많이 감소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수요 측 물가압력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나, 농산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폭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8월 소비자물가는 공급 요인인 작황 악화로 상승폭(0.3% → 0.7%)이 확대된 반면, 수요를 주로 반영하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전월과 동일한 0.4%의 낮은 상승세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