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통치변화] ②사라진 ‘사실상 2인자’ 김여정…왜?

2020-09-07 08:00
김여정, 김정은 현지지도 행보에도 공개 행보 '無'
박봉주·리병철·김덕훈 당 간부 광폭 행보와 대조적
김정은, '위임통치·2인자' 해석 의식한 결과란 주장
단 김여정 '대외담당'으로 잠행 정상적이란 분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이 활발해지자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의 행보는 지난 7월 27일 이후 6일 현재까지 40일가량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박봉주 당 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을 차지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의 일부 권한이 당 주요 간부들에게 위임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정부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김 제1부부장을 사실상 2인자로 평가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자신의 명의로 된 담화를 처음으로 발표하며 높아진 위상을 과시했다. 지난 6월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직접 지시하는 등 북한의 대미·대남 등 대외 사업 총괄자임을 드러냈다.

당시 그는 “나는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며 국가 전반의 운영과 관련 권한을 확보한 상태라고 직접 밝히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김 제1부부장을 ‘김정은의 후계자’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7월 27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전국노병대회’ 참석 이후 자취를 감췄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당 주요 간부들이 태풍 피해 지역 현지지도, 방역 사업 상황 점검 등 외부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7월 27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첫째 줄 가운데)이 당 주요 간부들과 함께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6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태풍 피해 지역인 함경남도를 방문해 정무국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리 부위원장과 박봉주·리일환·최휘·김재룡·김형준·박태덕 당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참석했다. 또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과 김용수 당 부장의 회의 참석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은 없었다. 지난 8월 개최된 정치국 확대회의와 정무국 회의에도 김 제1부부장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김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정치국 확대회의 참석 대상이다.

이에 대해 일부는 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의 대외활동을 제한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정원의 ‘김정은 위임통치’ 보고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김 제1부부장의 높아진 위상에 주목하자 이를 의식해 여동생의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민생안정’에 집중된 만큼 김 제1부부장의 잠행은 정상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여정이 나타날 이유가 없다”면서 김 제1부부장의 잠행이 당연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 태풍 현장지도에 (김여정이)같이 갈 이유는 없다”면서 “오히려 오빠(김정은)가 자리를 비웠으니 김여정이 평양에서 2인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가 국내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는 “김여정은 대남, 대미 등 대외 분야 담당으로 현재 특별한 역할은 없는 상태”라면서도 “그렇다고 김여정의 위상이 줄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를 찾아가 현지에서 노동당 정무국 확대회의를 주재 후 당 간부들과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영상 캡처]


현재 김 위원장의 활동이 국내에만 국한돼 대외사업 담당인 김 제1부부장이 모습이 주목되지 않는 것일 뿐, 김 제1부부장이 내부적으로 상황 관리 역할을 담당하며 백두혈통의 위상을 과시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최종 결정권자는 여전히 오빠(김정은)이지만, 중간 단계에서의 결정권은 김여정”이라면서 “2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의 ‘2인자’ 해석을 두고 국정원과 통일부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국정원은 김 제1부부장에 대해 ‘2인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 제1부부장이 2인자나 후계자의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북한이 발표한 김여정의 공식 직함은 ‘노동당 제1부부장’이다. 다만, 소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 제1부부장의 소속을 조직지도부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조직지도부는 당 간부 인사, 검열 등의 권한을 갖는 북한 권력의 핵심 부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