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폭락...기술주 거품 걷히나
2020-09-04 16:58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뉴욕증시 랠리를 주도하던 기술주들이 돌연 폭락세로 돌아서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형 하락장 조짐이라기보다는 워낙 빠르게 오른 만큼 '거품 걷어내기'에 가깝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 미국 경제 회복세, 옵션 시장을 볼 때 기술주 주가는 계속 지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간밤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급락세를 보였다. 다우지수가 전일비 2.78% 떨어졌고, S&P500지수가 3.51% 주저앉았다. 기술주 주도의 나스닥지수는 4.96% 추락해 3월 이후 6개월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며 지수 내 비중을 키우던 기술 공룡들의 주가가 일제히 곤두박질 친 탓이다. 애플이 8% 미끄러졌고 테슬라가 9% 떨어졌다. 아마존도 4.6% 밀려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6.2% 추락했다. 뉴욕증시 선물지수는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4일에도 하락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반전이 놀라움을 던졌지만 전문가들은 가파른 랠리 후 자연스러운 차익실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호우 웨이 푹 수석투자책임자(CIO)는 주가 하락이 뉴욕증시 랠리가 계속되기 위해 필요한 "건강한 조정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상승장에서 볼 수 있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본다. 나스닥은 올해에만 30% 올랐고, 3월 저점에 비해서는 70%나 뛰었다. 조정이 당연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시장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이 나올 수 있지만 시장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여럿 있다고 그는 말했다. 투자자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시장 하락 시 투입될 수 있으며, 최근 같은 저금리 환경에서 여전히 주식은 매력적인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미슐러파이낸셜의 래리 페루치 이사는 "차익 실현을 위한 시기가 무르익은 게 사실이지만 하루 3~5% 낙폭은 그럼에도 놀랍다"면서도 예상을 웃도는 경제지표가 확인되면 시장 랠리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4일 발표될 미국의 8월 비농업 고용지표를 거론했다. 레피니티브 조사에서 월가 전문가들은 8월 미국 실업률이 9.8%을 기록해 7월의 10.2%에서 개선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8월 신규 고용은 140만건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의 케리 크레이그 전략가는 "1990년대 닷컴 버블 붕괴 같은 상황이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주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긴 했지만 클라우딩 컴퓨터, 인공지능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기술 기업들의 강한 실적 잠재력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11월 미국 대선을 향하면서 차익실현이 있을 수 있다. 규제나 세제 변화와 관련한 부정적 소식은 고평가된 시장에 불안을 주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간밤 시장 급락은 투자자들의 태도가 변하는 신호일 수 있다"며 앞으로 10% 추가 하락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지금까지 부양책 등 외부적 호재에 맞춰져 있던 투자자들의 초점이 펀더멘털로 집중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