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몸살 앓는 개도국...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

2020-09-04 16:00
인도·멕시코·브라질 등 개도국, 올 2분기 GDP 크게 쪼그라들어

개발도상국(개도국) 경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몸살을 앓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와 브라질 등 개도국들이 팬데믹 여파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급격한 경제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대부분의 개도국은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않아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 경제 위기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개도국들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추이[그래프=WSJ 캡처]


개도국의 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은 1년 전과 비교해 급격하게 쪼그라든 국내총생산(GDP)에서 확인된다. 인도의 올 2분기(4~6월) GDP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감소했다. 분기별 GDP 통계를 발표한 1996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다른 개도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 2분기에 페루는 1년 전보다 32%, 멕시코는 18.9%, 브라질은 11%, 터키는 9.5% 쪼그라들었다.

특히 고용시장에서의 충격이 가장 두드러진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봉쇄 조치로 기업들이 속속 문을 닫아 수많은 사람이 실직 상태에 놓였다. 중남미에서는 이미 265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는 미국 플로리다주 전체 인구보다 많다.

에릭 파라도 미주개발은행(I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평균적으로 올해 선진국과 신흥시장이 마주할 경기 침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개도국은 실업자를 지원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고용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개도국과 선진국들은 실업 수당 등 코로나19 관련 지원금 규모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브라질 정부는 팬데믹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1인당 한 달에 100달러를 지급했다. 반면 미국 연방정부는 기존 실업수당과 함께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주당 600달러(한 달에 약 2400달러)의 특별 실업수당을 줬다. 지원금 규모에서 2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사진=EPA·연합뉴스]


이처럼 지구촌 전역이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가 쪼그라들고 있지만, 개도국들이 위기를 극복할 만한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돈을 더 빌릴 여력이 충분하다. 때문에 코로나19발 충격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선진국들은 더 많은 돈을 찍어낼 여력이 있어 비교적 경제 충격이 덜하다. 그러나 개도국이 선진국들의 이런 대응책을 그대로 따라 할 경우, 더 큰 경제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개도국이 스스로 경제 충격을 해결한 자원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금의 경제적 지원 규모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가 재원이 언제 바닥날지 모르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밴쿠버 경제대학원의 클라우디오 페라즈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내놓은 조치에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언제까지 경제가 버텨줄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