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아시아나 인수 무산에도 신용도 덕에 웃는다

2020-09-03 16:48
HDC현산 신용등급 'A+/부정적'…무산시 부정적 전망 철회될 듯
유동성 확보 판로 열어...그룹 투자자 신뢰도 하락은 불안요인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데일리동방]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무산됐지만 인수 주체였던 HDC현대산업개발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요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일 HDC현산은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관련 12주 재실사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그룹이 3번째 회동을 한지 1주일 만에 보낸 답변이다.

산은은 인수 가격을 최대 1조원 삭감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HDC현산은 여전히 정보 불충분을 근거로 새 제안에 응하지 않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무산이 공식화되면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HDC현산(A+)에 부여된 ‘부정적’ 등급 전망을 철회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그간 HDC현산 신용도를 불안하게 만든 요인이다.

본업인 건설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HDC현산은 우수한 분양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 현금흐름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운전자본부담도 덜면서 수익성 제고도 기대된다. 다만 정부 부동산 규제로 주택경기 하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도 하락 요인이 제거된다는 것은 유사시 유동성 확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인수 무산이 공식화되면 검토 후 부정적 전망을 철회할 수 있다”며 “본업에 대한 평가만으로 등급전망이 부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지만 이는 등급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HDC현산은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다. 결과는 110억원 주문에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이 역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부정적’ 전망이 철회돼도 시장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재무적 문제가 아닌 신뢰도 측면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직후 신용등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자금’이었으며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관련이 없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HDC현산이 ‘정보 불충분’을 강조하며 재실사를 요구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체가 무리였다는 것이 투자업계 주된 의견”이라며 “왜 인수를 강행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HDC현산은 계약금(2500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만큼 공방도 치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