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신문·공소사실 무관…'이유 있는' 조국의 증언거부
2020-09-03 15:27
"정경심 교수와 조범동씨 간 문자입니다."
"정경심 교수와 김경록씨 간 문자입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던진 질문들이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와 제3자 간 나눈 문자를 여러 차례 제시하며 의미를 따져 묻는 식의 질문만 했다. 변호인 측이 이의를 제기하자 검찰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혐의를 입증할 '간접증거'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질문은 사실 무의미했다. 조 전 장관은 재판 시작과 함께 형사소송법 제148조에 따라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찰의 질문은 하루종일 이어졌다.
"형사소송법 148조에 따라"… 조국, 증언거부권 행사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출석한 조 전 장관은 "형사소송법 148조가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고자 한다"는 의사를 밝혔다.조 전 장관은 "이 법정의 피고인은 제 배우자이며, 제 자식 이름도 공소장에 올라가 있다"며 "이 법정은 아니지만 저는 배우자의 공범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 법정에서 진행되는 검찰의 신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증언거부권 행사에 앞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조 전 장관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자신의 SNS를 통해 고려대학교 입학사정관이었던 지모씨의 재판기록을 제시하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검찰 주장에 대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하는 데 정당성을 설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리 행사가 정당한데 왜 비난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당사자의 인권과 여러 관련 사안들을 비교할 때 오히려 다른 객관적 증거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낫다"며 "굳이 증언을 통해 판단하는 것은 다음 순서"라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도 검찰의 주장에 반박하려 했으나 재판부는 "증인은 질문에 답하는 사람이지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제지했다.
이날 검찰은 정 교수와 자산관리인 김경록 PB, 5촌 시조카 조범동씨가 나눈 문자 등 조 전 장관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대화 내용들을 여러 차례 제시했다.
조 전 장관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거나 내용을 알 수 없는 문자가 잇따라 제시되자 변호인은 "제3자 간 오간 문자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질문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지했고, 일부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는 경우 유도신문도 허용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질문 대부분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