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이 위태롭다③] 조창걸 명예회장의 수상한 유산, 한샘드뷰재단
2020-09-04 06:00
호텔 인수는 드뷰재단, 운영은 가족회사 휘찬산업
최다 기부 연구소는 "조국은 정신이 멀쩡할까" 극우성향?
최다 기부 연구소는 "조국은 정신이 멀쩡할까" 극우성향?
드뷰연구재단은 조 명예회장, 한샘과 지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샘의 1대 주주는 조 명예회장(지분율 15.45%)이며, 2대 주주는 드뷰연구재단(5.52%)이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주장하지만, 언제든지 상속세 절세와 경영권 강화를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조 명예회장의 가족사업체인 휘찬산업까지 숟가락을 얹으면서 재단을 설립한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산을 출연자와 그 친족이 경영하는 법인이 발행하는 지분증권의 매수나 출연자와 그 친족 및 그들이 운영하는 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공익법인의 재산을 출연자와 그 친족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는 비판이 사회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서부터 "공익법인들이 보유하는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제한함과 동시에 공익법인의 보유 자산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거나 계열사와 거래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21대 국회에 들어서자마자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와 부실계열사 우회 지원, 사익편취를 위한 편법의 수단 등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라면서 "한샘과 관련한 공익법인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아직 통과되지 않은 법안에 대한 입장은 답변드릴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호텔 인수는 드뷰재단, 운영은 가족회사 휘찬산업
3일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한샘드뷰연구재단은 낙산비치호텔을 지난 2015년 인수했다. 낙산비치호텔의 운영은 조 명예회장의 가족회사인 휘찬산업에서 도맡고 있다.
조 명예회장은 1996년 개인회사 '휘찬(구 휘현산업개발)'을 설립해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다빈치박물관과 콘도, 강원도 양양군에 낙산비치호텔 등을 운영했으며 지난해 9월 SK㈜가 휘찬을 278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낙산비치호텔은 거래하지 않았으며, 지난해 8월 만든 휘찬산업으로 운영권을 넘겼다.
휘찬산업은 한샘디자인센터연구소, 한샘드뷰연구재단과 같은 건물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등기임원은 공동대표이사로 조 명예회장과 기타비상무이사에 장녀 조은영씨, 감사에 사위 임창훈씨 등이 올라있는 가족기업 형태다.
한샘 관계자는 "휘찬의 수익은 재단으로 다시 기부 반환돼 재단 목적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최다 기부 단체는 '反文 정치성향' 연구소
이날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드뷰연구재단은 지난해 총 1157억7566만원의 자산을 신고했다. 총자산의 2.6%에 해당하는 29억9108만원을 기부했다. 기부금 중 연구지원비는 26억원이며 장학사업에는 3억4000만원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거래규모가 가장 큰 단일 거래처는 전년도에 이어 이번 연도에도 김광수경제연구소로, 이곳에만 8억5000만원을 기부했다. 거래내용은 한반도 미래 기간산업이다. 전년도에도 드뷰연구재단은 김광수경제연구소에 선출직인재평가 명목으로 6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일본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노무라연구소 서울지점에서 일한 김광수 소장이 차린 민간연구단체다. 유료 KSERI멤버십제도로 운영되며 경제보고서, 부동산보고서, 경제시평을 내놓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정부와 기업, 기존 경제학계에서 자유로웠던 연구소의 시각과 탄탄한 분석력으로 한때 주목받아왔다.
그러나, 2012년부터 김 소장은 정치에 나섰고 20~40대 중심의 정치를 표방한 새세대희망당 창당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재도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시민주도정치물갈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조국은 과연 정신이 멀쩡할까? △경제의 기본을 모르는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왕따를 자초하는 문재인정권 △친문무죄 반문유죄 등 정치색이 짙은 발제들이 대부분이다.
정치적 목적과 경제보고서를 별개로 작성했다 해도 읽는 이의 시야에 정치의 그림자가 겹쳐보이기 마련이다. 특정 정치단체의 곳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기부 목적으로 사재 8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삼성꿈장학재단이 '공익활동' 명목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를 일으킨 반미단체에 75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익법인은 사회 일반의 이익에 이바지하기 위한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그 재산 또한 이러한 목적에 적합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점, 특히 드뷰재단의 당초 창립 목적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과 드뷰재단은 별도 법인으로 재단의 사업에 대해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다만 주무관청인 서울시 교육청의 관리 감독 및 승인 하에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지적사항이 없다"고 밝혔다.